서양법을 뒤늦게 계수한 나라의 법학도에게 비교법은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학계의 초년병시절부터 비교법연구를 실천해왔지만 비교대상은 주로 미국과 일본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내 관심분야인 회사법과 기업지배구조 분야에서 법과 제도의 비교연구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활발해짐에 따라 대상국가는 독일, 영국을 넘어 최근에는 중국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법의 방법론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지적 게으름 탓이라고 해야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방법론에 몰입하는 것은 자칫 공론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늘은 마침 비교기업지배구조의 방법론에 관한 글을 접하여 소개한다. Christopher M. Bruner, Methods of Comparative Corporate Governance, Research Handbook on Comparative Corporate Governance (Afra Afsharipour & Martin Gelter eds., Edward Elgar Publishing, forthcoming)
이 글은 회사법과 기업지배구조 연구자가 알아두면 좋은 비교법 방법론을 18페이지라는 짧은 지면에 담고 있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6페이지 정도에 불과한 II장만을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보다 관심이 많은 사람은 각주에 인용된 많은 최신 문헌을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본론의 시작인 II장에서는 비교법일반에 관한 간단한 설명에 이어서 주류적인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는 기능주의(functionalism)과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맥락주의(contextualism)를 조망한다. 저자는 기능주의가 공통점에 초점을 맞추는데 비하여 맥락주의는 차이점을 해명하는데 주력한다고 설명한다. III장에서는 지난 30-40년 사이에 가장 두드러진 기능주의적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는 법경제학과 그 한계에 대해서 고찰한다. IV장은 비교법연구의 설계에 대해서 논한다. 저자는 연구자가 여러 방법론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대상이나 연구수요자를 고려해서 방법론을 적절히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경우에는 평면적인 묘사 정도로 족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역사, 문화, 사회, 정치적 여건까지 감안한 심층적 분석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밖에 저자가 기능주의적 모델과 기능의 작동을 방해하는 장애물로서의 context의 관계를 Modigliani-Miller모델과 현실적인 장애요소와의 관계에 비유하고 있는 부분은 매우 흥미롭다.
자기 나라만을 아는 사람은 자기 나라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그 말에 대한 공감이 커지고 있는데 법의 영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비교법연구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다 한번쯤은 원점으로 돌아와 방법론에 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