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법전문법원의 핵심적 역할

최근 테슬라를 비롯해서 지배주주거래에 관한 엄격한 판례법에 불만을 품은 델라웨어주 회사들이 회사의 설립준거법을 라스베가스나 텍사스 주법으로 변경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미 간단하게나마 언급한 바 있다(2024.12.4.자). 그런 움직임이 과연 미국회사법상 델라웨어주의 우월적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오늘은 그러한 주회사법사이의 경쟁과 관련하여 델라웨어주의 형평법원(Delaware Chancery Court)과 같은 회사법전문법원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Zohar Goshen & Tomer S. Stein, Leaving Delaware? The Essential Role of Specialized Corporate Courts (2025). 저자들은 이미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 미국의 중견학자이다.

논문에서 저자들은 회사법분야에서는 왜 전문법원이 필수적인지에 대해서 검토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텍사스주가 전문법원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을 비롯해서 25개주가 전문법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회사법분야에서 전문법원이 필요한 이유를 회사법과 지배구조에 관한 분쟁(회사분쟁)의 고유한 특성에서 찾고 있다.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경제학적인 논리로 자신들의 견해를 설명한다. 회사분쟁은 주주와 경영자사이, 주주사이, 그리고 주주와 다른 이해관계자사이의 계속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관계인 주주와 경영자사이의 관계는 본인과 대리인사이의 불완전계약(incomplete contract)으로 볼 수 있다. 대리인인 경영자는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서 지배권을 갖고 본인인 주주는 지배권의 남용으로 인한 대리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의결권과 제소권을 갖는다. 주주의 의결권 행사는 이른바 본인비용(principal costs)을 초래할 수 있고 주주의 제소권 행사는 법원의 오판이나 남소와 같은 재판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두 비용은 기업가치를 감소시키므로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서는 대리비용, 본인비용, 재판비용의 총액, 즉 총지배비용(total control costs)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리비용의 최소화를 위해서 주주는 의결권이나 제소권을 선택하여 행사해야 하는데 그 선택은 본인비용과 재판비용을 형량하여 해야 한다. 이론상 주주들은 재판비용이 본인비용이 적은 경우에만 경영자에 대해서 제소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제소를 결정하는 것은 주주가 아닌 변호사이고 변호사는 그러한 형량과 무관하게 승소 내지 화해의 가능성이 있으면 제소할 인센티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어떤 분쟁은 다시 주주들에게 돌려 보내 의결권으로 해결하도록 만들고 어떤 분쟁은 자신들이 재판을 통해 해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법원은 자신들이 결정하는 것보다 주주들이 결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경우에는 관여를 자제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결정은 쉽지 않기 때문에 전문법원만이 제대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저자들은 회사분쟁을 ①경영과실로 인한 손실에 관한 것과 ②경영자의 이익충돌이 있는 경우의 두 가지로 나누고 법원의 관여는 ②에 국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문법원은 자신이 관여하지 않을 사건들을 신속하게 걸러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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