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법 10(b)조와 시장에 대한 사기이론

미국 연방 증권거래소법 10(b)조의 사기금지조항은 미국 증권법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하고도 해석이 어려운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조항의 해석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무수한 논점이 있지만 오늘은 이른바 “시장에 대한 사기”이론과 관련된 몇 가지 법적 논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최근 논문을 소개하기로 한다: Ann Lipton, Fact or Fiction: Flawed Approaches to Evaluating Market Behavior in Securities Litigation (2020)

저자는 증권사기와 관련하여 그에 대한 손해배상은 그것이 시장에 미치는 해악에 상응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논의를 출발한다. 저자는 시장에 대한 사기이론을 비롯한 증권사기의 요건에 관한 법원의 불합리한 해석으로 인하여 실제의 해악과 법원이 인정한 손해배상액 사이에 격차가 생기게 되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판례의 이런 태도가 증권집단소송에 대한 법관, 정치인, 학자들의 오랜 반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10(b)조의 요건 중에서 ➀중대성, ➁신뢰, ➂손해인과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➀중대성요건과 관련하여 저자에 따르면 법원은 결과적으로 정보의 중대성을 부정함으로써 증권사기가 인정되는 범위를 줄이고 있다. 법원이 시장에서의 사기이론을 적용할 때에는 전문성을 갖춘 투자자를 대상으로 상정하기 때문에 과장광고와 같이 실제로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라도 어지간한 경우에는 중대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배제된다고 한다. 더욱이 법원은 부실공시를 시정하는 올바른 정보가 다른 경로로 시장에 제공되었던 경우에는 실제로 그 정보가 다른 정보에 묻혀 투자자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인 경우에도 그 정보가 먼저 있었던 부실공시의 중대성을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이른바 truth-on-the-market doctrine).

➁신뢰요건은 시장에 대한 사기이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장에 관한 사기이론은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므로 시장가격으로 매수한 투자자는 그 정보를 보지 않은 경우에도 시장가격에 대한 신뢰를 통해서 그 정보를 신뢰한 것으로 본다는 이론이다. 이처럼 증권시장의 효율성을 전제하므로 효율성을 결한 시장에서는 정보가 시장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추정할 수 없고 따라서 시장가격으로 거래했다고 해서 그 정보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법원이 시장의 효율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원고는 시장가격에 대한 정보의 영향이 추정되는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보았다. 문제는 법원이 최근까지 매우 높은 수준의 효율성을 요구해왔다는 점이다. 연방대법원은 2014년 Halliburton판결에서 효율성의 수준을 완화하되 피고가 시장가격에 대한 정보의 영향을 반증을 통해서 번복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융통성을 보였다. 그러나 저자는 그처럼 시장의 효율성을 추상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문제된 정보와 관련하여 판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저자는 피고의 반증과 관련하여 법원이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➂과 관련해서는 예컨대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서 부정적인 정보를 숨기는 부실공시를 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 경우 손해배상액은 원칙적으로 ➊인위적으로 부풀려진 취득가격과 ➋부정적 정보가 반영되었다면 형성되었을 가격(진정가격)의 차액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➋의 진정가격을 산정하는 것인데 부실공시가 폭로된 직후 새로 형성된 가격(폭로 후 가격)이 일응의 기준이라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부실공시사실이 폭로되기 전에 경제환경이나 회사의 사업과 관련된 사항에 변화가 있는 경우 또는 부실공시사실이 폭로되면서 과징금부과나 민사소송 같은 회사가치에 영향을 주는 부수적 정보가 함께 알려진 경우에는 그냥 폭로 후 가격을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의 손해액 산정은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이상의 사정으로 증권사기의 실제 해악과 법원이 정한 배상액은 너무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한 대책으로 많은 학자들은 규제기관에 의한 공적집행을 강화할 것을 주장한다. 저자는 공적 집행과 사적 집행이 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적 집행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저자는 중대성요건이나 신뢰요건 중 하나는 면제하는 식으로 법원의 부담을 덜어줄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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