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쯤 전 “회사 쇠파리”에 의한 주주제안권 행사“란 제목의 글을 올린 일이 있다(7.26,자 포스트). 그 글에서는 ”회사 쇠파리“의 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SEC 규칙개정안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달 하순 마침내 그 개정안이 채택되었다. 이곳에선 Bainbridge교수 블로그 글을 토대로 개정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하바드 블로그에는 SEC위원의 찬성의견과 반대의견이 나란히 실려 있는데 Bainbridge교수는 예상할 수 있는 바와 같이 그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기존 Rule 14a-8에 따르면 제안을 할 수 있는 주주자격에는 다음과 같은 제한이 있다. ➀의결권있는 주식의 1% 또는 시장가치로 2천달러 중 적은 금액 이상에 상당하는 주식을 보유하여야 한다. ➁그 보유기간이 적어도 1년 이상이어야 한다. ➂1년에 하나의 안건만 제안할 수 있다. ➃부결된 안건을 다시 제안하는 것은 소정 비율의 찬성표를 얻은 경우에만 허용된다. ➄제안내용과 이유는 5백 단어를 넘지 못한다.
개정은 주로 절차적 요건에 집중되었는데 그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위 ➀ 및 ➁의 주식보유요건은 다음과 같이 강화되었다.
-2천달러 이상에 상당하는 (의결권 있는) 주식을 3년 이상 보유
-만5천달러 이상에 상당하는 (의결권 있는) 주식을 2년 이상 보유
-보유주식의 합산은 앞으로 허용되지 않음
➂의 제한을 적용할 때에는 주주가 다른 주주의 대리인으로 제안하는 경우도 합산한다.
➃와 관련하여 최근 5년 사이에 부결된 안건을 다시 제안하는데 필요한 득표요건은 다음과 같이 강화되었다. 부결이 있은 가장 최근의 주주총회가 지난 3년 사이에 있었고 그 득표가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다시 제안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표결이 1회 있었던 경우에는 5% 미만
-표결이 2회 있었던 경우에는 15% 미만
-표결이 3회 이상 있었던 경우에는 25% 미만
이번 규정 개정은 “회사 쇠파리”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주주행동을 지지하는 자들의 반대가 많았고 민주당쪽 SEC위원들도 강하게 반대했다. Bainbridge교수에 의하면 개인주주 비중이 높았던 과거에는 주주제안의 득표율이 낮아 단순히 귀찮은 정도에 그쳤으나 지난 20년 사이에 기관투자자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주주제안의 빈도와 득표율이 모두 높아졌다. 또한 과거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거창한 내용의 제안이 많았으나 요즘에는 회사운영의 구체적인 방침에 관한 제안이 증가하는 바람에 경영진이 느끼는 위협도 커졌다고 한다. Bainbridge교수는 이런 변화가 기관투자자들의 주주제안에는 별로 영향을 미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 번 포스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히 대규모 기관투자자들은 주주제안을 주도하기보다는 “회사 쇠파리”들이 제출한 주주제안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만약 직업적인 개인 “회사 쇠파리”들의 주주제안이 위축되는 경우에는 결국 주주제안제도 전체의 효과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이번 개정의 영향에 관한 실증연구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주제와 전혀 관계없이 눈길이 가는 포인트 한 가지. 저자에 의하면 이번 개정에 관한 SEC의 Release는 195페이지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그 주된 이유를 법원이 SEC가 충분한 증거와 비용편익에 대한 상세한 분석 없이 규칙을 채택한다는 이유로 수차례 비판을 가했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최근에는 311페이지에 달하는 판결이 나왔다는 소식도 듣다보니(In re Anthem-Cigna Merger Litigation, Case No. 2017-0114-JTL (Del. Ch. 2020)) 문득 “難作人間識字人”(黃梅泉)의 마지막 세 글자를 “법률가”로 바꾸면 어떨까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