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SAFE (조건부 지분인수계약) 소개

미국 Wachtell Lipton과 공군을 거쳐 현재 Northern Light Venture Capital에서 전략기획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진권용 미국변호사입니다. KBLN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며, 글 작성 기회를 주신 김건식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증권법, 금융법, 회사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주기적으로 포스트를 작성하면서 KBLN에 약간이나마 기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스타트를 끊으면서 미국 벤처캐피탈 투자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SAFE)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본문에서 경어체는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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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제일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정확한 기업가치(valuation)의 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아직 제품개발도 완료되지 않았고, 매출도 없는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런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회사가치의 과소평가 또는 과대평가가 창업자 및 투자자의 지분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회사가치 산정이 더욱 중요하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하여 최근 한국산업은행에서는 “지분형 신속투자상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여기에서는 지분형 신속투자상품의 원형인 미국의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SAFE, 조건부 지분인수계약)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3년 유명 엑셀러레이터 Y Combinator가 도입한 SAFE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물론 Y Combinator의 표준 SAFE는 기본양식일 뿐이며 다양한 종류의 SAFE 계약서가 존재한다)

(1) 기업가치 산정의 생략 : SAFE 투자시 당사자는 기업가치 및 주식가격의 산정 없이 투자를 집행한다. 다만, 투자자는 향후 회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그 유상증자 발행가격에 맞춰 투자금에 상응하는 주식을 발행 받을 권리를 갖는다.

(2) 초기 투자에 대한 보상 : 물론 SAFE 투자자는 유상증자 전에 투자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추가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SAFE 투자자의 주식발행가격은 일반적으로 cap, discount 또는 most-favored nation 조항을 통해 유상증자 발행가격보다 낮게 설정된다. Cap은 유상증자시 기업가치가 그 상한선 이상일 경우 기업가치가 그 상한선이라고 가정하고 SAFE 전환가격을 정하는 방식이고, discount는 유상증자 발행가격에서 미리 정한 할인율을 적용하여 SAFE 전환가격을 정하는 방식이다. Most-favored nation (MFN) 방식은 기본적으로 유상증자 발행가격이 전환가격이 되지만 유상증자 전 다른 SAFE나 전환사채 투자가 있을 경우 그 중 제일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항의 적용을 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유상증자 전 기업가치 100억에 따라 주당 1만원에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면, 50억 cap을 적용 시 주당 5천원에, 20% discount를 적용 시 주당 8천원에 SAFE를 주식으로 전환하게 된다.

물론 위 (1)과 (2)는 전환사채를 통한 스타트업 투자에도 적용되지만, SAFE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전환사채와 다른 특징을 갖는다.

(3) 만기 : 전환사채는 이자와 만기가 있어 그 만기 전 전환되지 않을 경우 상환되나, SAFE는 이자와 만기가 없어 무기한 존속이 가능하고, 따라서 유상증자도 없고 회사도 매각/청산되지 않을 경우 SAFE 투자자들은 상환도 전환도 되지 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4) 간소화 : 채권자 또는 주주의 권리를 자세히 규정하는 기존 채권 또는 주식과 달리 SAFE는 simple이라는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비교적 간소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Y Combinator의 표준 SAFE 계약서는 4쪽에 불과하며, 전환권, 매각/상장/청산 시 상환권 및 진술/보증으로만 이루어져있다.

(5) SAFE의 법적 성질 : 전환사채와 달리 SAFE는 주식도 채권도 아니다. 따라서 주주로서 회사법상 권리를 행사할 수도 없으며,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도 없다. 다만 그 계약에 따라 회사 청산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Y Combinator의 표준 SAFE의 경우 우선주와 동일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 입장에서 SAFE는 당장의 지분 희석 없는 투자금 유치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SAFE는 향후 유상증자시 한꺼번에 주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공짜점심”이 아니다. 특히 cap이 있는 SAFE의 경우 유상증자시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지분희석률이 높다. 여러 종류의 SAFE를 발행하고, 각각 cap, discount 또는 MFN 조항이 있는 경우 유상증자시 지분이 얼마나 희석되는지 계산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여러 SAFE 전환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유치 계획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SAFE는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의 “모 아니면 도” 성격을 반영하여 설계된 상품이다. 일반적인 스타트업 투자는 여러 번의 유상증자를 통한 급속 성장 또는 유상증자 실패 및 자금 소진으로 인한 파산으로 끝난다. 전자의 경우 SAFE는 주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만기의 부재, 불분명한 법적 성질 등은 문제가 되지 않고, 후자의 경우 청산대상 재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SAFE 또한 일반적인 우선주와 마찬가지로 전액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전문적인 벤처캐피탈 투자자의 경우 이런 성격을 고려하여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Regulation Crowdfunding(Regulation CF)을 통해 일반투자자에게도 스타트업 투자의 문호가 열리고 Regulation CF 투자의 상당수는 SAFE를 통해 이루어지는바, SAFE와 같은 투자방식이 일반투자자에게 적합한지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One thought on “미국의 SAFE (조건부 지분인수계약) 소개

  • 진변호사,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간혹 유익한 정보 있으시면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SAFE에 관해서는 솔직히 전혀 들어본 적 없었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일본에는 이미 그에 관한 논문이 나와 있군요. http://www.jsri.or.jp/publish/research/99/99_01.html#:~:text 참고로 그곳에서는 SAFE를 장래주식취득약식계약Scheme이란 긴 용어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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