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금융규제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Gary B. Gorton & Jeffery Y. Zhang, Why Financial Crises Recur (2025). Gorton교수는 Yale경영대학원의 명예교수이고 Zhang교수는 미시간 로스쿨 조교수로 금융규제의 전문가이다.
저자들은 금융위기가 경제전반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라는 물음에 대해서 정책담당자들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해한 제도를 채택하기 때문이라는 전제로부터 논문을 시작한다. 저자들은 정책담당자가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잘못으로 다음 두 가지를 든다. ①하나의 잘못으로 시장경제에 구조적으로 수반되는 요구불 단기부채(그 대표적인 예로 은행예금)의 특수성에 대한 정책당국의 이해부족을 든다. 저자들은 요구불단기부채의 생산자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의 견해와는 달리 투명성 보다는 불투명성이 요구되고 특히 위기 시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주장한다. ②또한 개별금융기관의 도산과 시스템위기와는 차이가 있으므로 개별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위기가 시스템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 예로 2023년 Silicon Valley Bank에서 일어났던 뱅크런을 든다.
저자들은 금융위기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이 모두 일리가 없지 않지만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화폐와 은행에 대한 근본원리로부터 새로 출발할 것을 제안한다. 그와 관련하여 저자들은 두 가지 주장을 제시한다. ①하나는 은행의 특수성을 논할 때에는 법적인 은행만이 아니라 요구불 단기부채를 창출하는 금융조직을 모두 포함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각에 따르면 가상자산조직도 요구불 단기부채를 창출하는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생태계에 대한 최근의 규제에서는 이 점이 경시되고 있다고 한다. ②다른 하나는 정책담당자의 잘못과 관련하여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의 금융규제는 개별 금융기관의 자본규제에 치중한 나머지 시스템 전체의 문제에 대처하는데는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은행의 특수성을 설명하고 은행에서 불투명성이 갖는 중요성을 역사적인 금융위기의 사례를 토대로 검토한다. II장에서는 은행업이 수반하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서의 진입규제를 살펴본다. III장은 은행의 불투명성과 은행검사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짚어본다. IV장은 금융규제가 개별 은행의 규제에 치중한 나머지 시스템위기에 대처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지적과 관련하여 이제까지의 금융규제의 역사를 돌이켜 본다. 저자들은 1863년의 전국은행법과 1933년의 은행법을 예외적인 성공사례로 들면서도 그것을 “초심자의 행운”(beginner’s luck)으로 치부한다. 이어서 규제상의 결함의 대표적 예로 Basel협약상의 자본요건의 변화를 조망한다. 끝으로 최근 상원에서 통과된 GENIUS법의 내용과 그 문제점을 간단히 소개한다. 저자들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 비판적인데 그보다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더 우월한 결제수단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