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에서의 관계자거래 규제

2017년 EU는 10년 전 제정한 주주권지침(shareholder rights directive)을 개정하였다. 개정된 지침에는 상장회사의 관계자거래에 관한 9c조가 포함되어있다. 그 조문은 지난 2014년 공표된 개정안에서 보다 크게 완화되었다. 회원국들은 2019년까지 개정지침을 국내법으로 수용하는 절차를 진행했는데 최근 발표된 그에 관한 논문을 소개한다. Paul L. Davies et. al, Implementation of the SRD II Provisions on Related Party Transactions (2020) 저자들은 Davies, Hopt, Ferrarini, Wymeersch 등 EU의 대표적인 원로학자 12명이다.

논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 서장에 이은 2장에서는 지침의 배경과 회원국의 선택에 맡겨진 사항들을 소개하고, 3장에서는 회원국들이 9c조를 어떻게 수용하였는지를 살펴본다. 4장에서는 회원국의 관계자거래규제가 9c조 수용과정에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평가한다. 그에 따르면 9c조의 수용과정에서 기존 관계자거래규제는 대폭 강화되었을 수도 있고 별 변화를 겪지 않았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회원국의 기존 관계자거래규제가 이미 엄격한 것이었거나 회원국이 수용에 소극적인 경우에 발생한다. 또한 9c조는 규제의 최소한도를 정한 것이기 때문에 회원국은 그보다 강한 내용의 규제를 채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9c조가 선택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점과 맞물려 회원국들의 관계자거래규제의 내용에 상당한 차이를 낳고 있다.

9c조는 “관계자거래의 투명성과 승인”이란 제목이 말해주듯이 공시와 절차적 규제를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오늘은 내부승인절차에 관해서만 언급하기로 한다. 먼저 승인기관과 관련하여 9c조는 회원국이 주주총회와 이사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미 주주총회를 승인기관으로 채택한 회원국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사회를 택하였다고 한다. 흥미를 끄는 것은 프랑스의 규제방식이다. 프랑스에서는 이사회를 승인기관으로 하면서도 추가로 주총에서 사후적인 승인을 요하는데 다음 정기주총에서 승인을 얻지 못하는 경우 거래자체는 유효하지만 관계자와 이사는 회사에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고 한다. 이사회의 신중한 승인을 촉진한다는 면에서 참고할 만한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보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승인기관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9c조는 “관련된”(involved) 이사나 주주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여기서 “관련”의 개념은 우리 법상 “특별이해관계”보다는 넓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지침상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당해 주주나 이사와 직접 관계가 없는 거래인 경우에도 거래주체인 관계자와 자신의 독립성을 의심스럽게 만들 정도의 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배제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영국은 관계자의 “associate”에 해당하는 이사는 거래의 검토과정에서 배제하고 있다. associate에 어느 범위의 사람까지 포함시킬 것인가는 앞으로의 논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목할 것은 당해 관계자의 찬성표가 없이는 선임될 수 없었던 선임된 이사도 그 사정만으로 그 관계자와의 거래를 승인하는 투표에서 배제하는 회원국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회원국에서는 관련된 이사를 표결에서는 물론이고 심의과정에서도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총회의 경우에는 관련된 주주는 표결에서만 배제하고 있다.

결론에서 저자들은 EU에서 관계자거래의 규제방식으로 회원국들에 선택의 여지를 폭넓게 허용한 개정지침에 비하여 선택의 폭을 보다 좁히거나 회원국에 직접 적용되는 Regulation형식을 취하는 방안이 더 좋지 않았을지 여부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저자들은 Regulation형식을 취했다면 정치적인 반발로 인하여 규제를 보다 완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관계자거래규제는 어느 나라에서도 정치적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분야라는 점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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