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회사법과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국제적인 연구동향에서 특히 두드러진 것은 데이터에 기반한 실증연구의 위세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발상지라고 할 미국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이웃 일본에서도 실증연구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통계학에 기초한 실증분석이 생소한 나로서는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논문들을 이해하느라 애를 먹었다. 나 같이 딱한 처지의 법학자를 위한 문헌으로 일본 책이지만 모리타(森田果)교수의 “실증분석입문”(2014)이 있다. 보다 간단한 문헌을 원하는 독자를 위해서는 오늘은 최근에 발표된 미국문헌을 소개하기로 한다. Ofer Eldar, A Lawyer’s Guide To Empirical Corporate Governance (2021). 이 문헌의 존재를 알려준 민지영교수에게 새삼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이다.
법학과 경제학 두 분야의 박사학위를 가진 저자는 Duke로스쿨에서 회사법을 강의하는 교수이다. 이 문헌은 논문이라기보다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정보전달을 위한 자료적 성격이 강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장점일 수도 있다. 또한 이 문헌은 실증연구가 가장 활발한 기업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철저하게 법률가의 관점에서 그 효용과 한계를 설명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이 문헌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일단 지배구조의 목적은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실증분석의 목적은 지배구조에 관한 특정 정책방안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인데 저자는 정책방안을 두 가지 차원에서 분류한다. 첫째는 ➀경영자와 주주사이에 의사결정권한을 배분하는 차원이다. 둘째는 ➁사적자치와 공적 규제의 차원이다. 이상의 두 가지 차원을 적용하면 정책방안들은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를 저자가 초점을 맞춘 시차임기제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➀주주권한을 강제하는 방안에 따르면 시차임기제는 금지되고 모든 이사는 매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선발된다. ➁경영자권한을 강제하는 방안에 따르면 시차임기제가 강제된다. ➂주주권한을 존중하는 사적자치방안에 따르면 시차임기제의 채택에 주주승인을 요한다(델라웨어주 방식). ➃경영자권한을 존중하는 사적자치방안에 따르면 주주들이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시차임기제를 적용한다.
II장에서는 이 같은 지배구조에 관한 정책방안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분석방법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➀특정 지배구조요소가 존재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비교(cross-sectional comparison); ➁특정 지배구조요소를 채택하는 기업의 주주가치의 변화; ➂특정 지배구조요소를 강제하는 법적 변화가 기업들의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➀의 문제는 특정 요소 때문에 기업가치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예컨대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이 특정 요소를 선택하는 식의 selection bias이다. ➁는 selection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지만 여전히 기업의 선택이 개입되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그밖에도 저자는 ➁의 몇 가지 단점을 제시한다. ➂의 경우에는 기업의 선택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selection문제는 없지만 여전히 다른 단점이 존재한다.
정책방안이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분석방법은 Tobin’s Q를 이용한 회귀분석과 사건분석(event study)이다. III장에서는 모든 실증분석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회귀분석을 설명하고 회귀분석표(regression tables)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초지식을 제공한다.
IV장에서는 Tobin’s Q를 이용한 회귀분석과 사건분석(event study)을 설명하고 이어서 주주가치이외의 종속변수를 채택한 회귀분석을 살펴본다. 저자는 이사회의 시차임기제에 관한 기존 연구를 구체적인 사례로 채택하여 이들 분석방법의 장단점을 평가하고 연구결과를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는지를 논한다.
V장에서는 이들 실증연구를 법률가가 어떤 방법으로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연구의 기획과정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