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 표결은 이론상으로는 중요했지만 현실상으로는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사정은 크게 변화하였다. 특히 델라웨어 대법원의 Corwin판결(2015) 이후 주주의 승인결의는 신인의무위반이라는 공격을 배제하는 정화효과(cleansing effect)를 인정받고 있으며 정화장치는 이제 델라웨어 회사법의 뚜렷한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늘은 기관투자자의 이익충돌 등을 이유로 이러한 법원의 접근방식을 비판하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Marcel Kahan & Edward B. Rock, Explicit and Implicit Bundling in Shareholder Voting on Cleansing Acts (2025) 저자들은 소개가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회사법 권위자로 모두 NYU로스쿨에서 가르치고 있다.
저자들은 거래를 승인하는 주주의 표결에 정화효과를 인정하는 법원의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주주의 표결을 거래승인에 관한 표결과 신인의무위반을 정화하는 표결을 나누어 실시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장에서는 주주의 표결이 정화장치로 이용되는 사례가 확대된 과정을 살펴본다. 델라웨어 대법원은 Corwin v. KKR Financial Holdings(2015) 사건에서 이해관계가 없는 주주의 충분한 정보에 입각한 자유로운 표결이 있으면, 지배주주거래의 경우를 제외하면, 거래가 신인의무에 위반한다는 공격을 완전히 방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Corwin판결은 당해 거래의 승인 여부와 신인의무위반에 대한 정화여부에 대한 두 가지 별개의 결정을 하나의 투표로 결합시키는(bundling) 효과를 발생시켰다. 델라웨어법원은 주주의 승인이 거래의 공정성에 대한 주주의 판단을 제시한다고 보았지만 저자들은 주주의 승인이 반드시 거래가 공정하거나 거래관여자의 신인의무위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기껏해야 승인 당시 당해 거래를 추진하는 편이 저지하는 편보다 주식가치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즉 주주의 투표는 이사회가 협상을 거쳐 결정을 내린 이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시기의 불일치), 주주들은 종종 원래 찬성하지 않았을 거래도 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강압성). 저자들은 다른 거래를 추진하는 편이 주주에게 더 유리했을 것이었다는 점에서 경영자의 신인의무 위반을 인정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승인의 정화효과를 인정하여 그에 대한 책임추궁을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저자들은 주주가 경영자의 거래추진결정이 불공정하다고 보면서도 거래를 승인하게 되는 이유로 해지보상금(termination fees) 등의 다섯 가지를 검토한다.
II장에서 저자들은 현행 판례법리의 대안으로 거래승인과 정화여부를 분리하여 투표할 것을 제안한다. 나아가 이사회가 후자의 결의를 전자의 효력의 조건으로 결부시킬(coupling)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할 것을 제안하며 관련된 논점을 검토한다.
III장에서는 Corwin판결을 다른 논리에 의하여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저자들은 Corwin판결이 인정한 주주승인의 정화효과가 미치는 범위는 너무 넓으므로 사적자치에 맡겼다면 보다 좁은 범위에서 정화효과를 인정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관들이 이 법리를 수용한 것은 주주소송의 남용을 막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저자들은 Corwin판결이 근거없는 주주소송를 저지하기 위한 법적 허구라고 평가한다. 저자들은 근거없는 소송을 줄이는 것은 타당한 목표지만, 그로 인해 신인의무위반에 대한 책임을 약화시켜서는 않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Corwin판결이 근거없는 소송들을 막는 효용과 신인의무위반에 대한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비용을 비교검토한다. 저자들은 법원이 정화효과를 인정하기 위한 전제로 요구되는 ①주주에 대한 충분한 정보제공, ②강압성이 없는 투표, ③이익충돌의 부존재라는 조건을 적절히 해석함으로써 정화효과가 부적절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있음을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