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회사법학계에서는 델라웨어주의 회사법개정안(Senate Bill 21: SB21)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게 진행 중이다. 델라웨어 회사법의 특징이자 핵심에 속하는 지배주주거래에 대한 정화장치에 관한 개정안이란 점에서 관심이 가긴 하지만 조만간 채택여부가 결정될 사안이라는 점에서 당장 소개하는 것은 자제해왔다. (SB21의 내용에 대한 소개로는 다음 포스트, 그리고 논의의 진행상황은 특히 Bainbridge교수 블로그가 잘 커버하고 있다) 다만 그에 관한 논의 중 하바드 로스쿨의 Bebchuk교수가 발표한 우리 학자들 관점에서 흥미로운 짤막한 포스트를 소개하기로 한다. 저자의 포스트는 SB21을 우리 재벌총수에 상응하는 지배소수주주의 관점에서 논하고 있다. (저자는 지배소수주주란 용어대신 Small Minority Controller(SMC)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의미와 SMC의 일반적 문제점에 관해서는 5년 전 포스트(2020.6.14.자)를 참조)
델라웨어 회사법은 親경영자적인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러나 델라웨어 법원은 친경영자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주주보호를 고려하는 태도를 잃지 않고 있다. 이미 블로그에서 무수히 다룬 바와 같이(예컨대 2025.1.30.자) 특히 지배주주와 관련이 있는 거래에 관해서는 점차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왔고 그런 법원의 태도에 대한 불만과 비판도 확산되어왔다. 지배주주가 “전체적 공정”(entire fairness)의 증명책임을 벗어나기 위해서 충족해야 하는 ①충분한 정보를 가진 독립적 이사의 승인과 ②충분한 정보를 가진 이해관계없는 주주의 승인이란 정화장치요건이 적용되는 거래의 범위를 점점 넓게 인정할 뿐 아니라 ①과 ②의 내용도 점점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이 집중되었다. 특히 Musk의 보수에 관한 Tornetta판결에서와 같이 그 기준을 지배소수주주의 거래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해하는 견해가 많았다.
SB21은 지배주주거래에 대한 델라웨어법원의 엄격한 태도를 입법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시도는 델라웨어주법을 지배주주에게 보다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경함으로써 회사들이 설립준거법을 네바다나 텍사스 같은 보다 親경영자적인 州로 옮기는 것(이른바 Delaware Exit)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저자는 5년 전 소개한 논문에서 지배소수주주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배주주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델라웨어의 최근 판례는 그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판례의 성취를 뒤엎기 위한 목적으로 제출된 SB21에 대해서 그가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자는 SB21이 델라웨어주가 회사들을 잡아두는데 효과적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일반 투자자들과 기업가치를 해칠 우려가 있음을 강조한다.
Bebchuk의 글을 읽고 문뜩 지배주주규제가 불편한 델라웨어주 회사들은 설립준거법을 우리나라로 바꿔도 좋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씨니컬하면서도 부질없는 雜想이 스쳐가면서 바로 SB21을 둘러싼 이런 논의야말로 지배소수체제가 확고히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더 진지하게 매달려야 할 논의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