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우선주의와 지배구조의 정치적 성격

요즘 미국 회사법학계에서는 델라웨어주법의 최근 동향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회사와 주주사이의 합의에 관한 Moelis판결(2024.3.5.자)과 Musk의 보수에 관한 Tornetta판결(2024.1.31.자, 2024.12.31.자), 기존 회사들의 델라웨어주 탈출 움직임, 판례를 뒤엎기 위한 법개정시도 등을 둘러싸고 무수한 글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최근 동향에 관해서 2025.3.15.자 참조). 오늘은 현재 다방면에 걸쳐 진행 중인 논의를 주주우선주의(shareholder primacy)와 관련하여 정리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Ann Lipton, The Legitimation of Shareholder Primacy, Journal of Corporation Law (forthcoming) Tulane 대학에 재직 중인 저자는 이미 수차 소개한 바 있지만 왕성한 집필활동으로 유명한 회사법학자이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에서 주주우선주의는 회사지배로부터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그 자체에 내재하는 갈등요소로 인하여 회사법의 정치화가 진행되었고 현재 델라웨어주에서 보는 것 같은 정치적 힘겨루기도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주우선주의는 주주이익 이외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는 회사외부에서 입법이나 규제를 통해서 해결하는 것으로 회사경영의 목표가 단순하기 때문에 경영자에 대한 통제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주주우선주의를 가장 잘 실천해 온 것이 바로 델라웨어주이다. 저자에 따르면 주주우선주의가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그것이 사회적 이익에도 부합하는(prosocial) 것으로 사회에 인식될 필요가 있는데 델라웨어주에서 일어난 최근의 사건들은 주주이익과 親사회적 고려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논문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주주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예인 Musk의 보수에 관한 소송에 대해서 검토한다. II장은 주주의 기관화가 진행된 현실에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에서 사회적이익을 반영하도록 유도하는 스튜어드쉽 개념에 대해서 논한다. III장에서는 Caremark판결의 감시의무가 과연 주주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의 문제를 살펴본다. 특히 주주이익을 위한 회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감시를 주주우선주의의 관점과 어떻게 조화롭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논한다.

이하에서는 논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I장의 내용만을 간단히 소개한다. 먼저 저자는 주주이익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사외이사를 비롯한 “좋은” 지배구조의 요소가 도입되었는데 그것이 과연 주주이익을 증진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함에도 사회적으로 회사의 영향력행사를 정당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확산되었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Tesla는 지배구조면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주주에게는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는 점에서 딜레마를 제공한다. Musk의 보수는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규모지만 주주가 훨씬 더 큰 이익을 얻었다는 점에서 주주우선주의의 관점에서는 비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ornetta판결에서 법원은 보수를 승인한 이사의 독립성 결여 등을 이유로 Musk의 보수약정을 무효화하였다. 한편 Moelis판결에서는 회사와 주주사이의 계약이 이사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그것을 무효화하였는데 이것도 기본적으로 이사의 권한이 주주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형식에 치우친 감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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