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 자본주의의 대두

오늘날 미국의 기업자금조달에서 부채에 의존하는 비중이 늘고 있으며 이것이 회사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다(2023.5.20.자, 2024.9.28.자). 오늘은 이 문제를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ason Jia-Xi Wu, The Law of Debtholder Capitalism, 2027 Columbia Business Law Review (forthcoming 2027). 저자는 최근 Harvard Law School을 졸업하고 현재 파산법원의 로클럭으로 근무하는 젊은 학자인데 논문의 수준은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논문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주식과 부채의 양면에서 진행 중인 대조적인 변화를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식소유가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반면에 기업의 부채의 면에서는 과거에는 소수의 금융기관에 집중되었지만 최근에는 그 비중이 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채권이 널리 분산소유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전통적으로 회사법은 주주이익의 보호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현재 회사의 운영에 대한 채권자의 영향은 그 정도나 범위의 면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는 이를 채권자 자본주의(debtholder capitalism)라고 명명한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주주와 경영자사이의 이익충돌에 못지않게 채권자들 사이의 이익충돌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현행 법제의 문제점을 도산절차의 바깥에서 진행되는 부실기업의 이른바 부채관리조치(liability management exercises: LME)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본문만해도 거의 70페이지에 달하는 이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은 기존 주식중심의 회사지배구조의 개요를 정리한다. II장은 채권자 자본주의가 진전되게 된 원인에 대해서 설명한다. 먼저 부채에 의한 자금조달이 증가한 이유를 수요와 공급의 양면에서 제시한다. 수요의 면에서는 사모투자펀드의 역할, 그리고 공급의 면에서는 신디케이티드 대출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리고 부채의 장점으로 융통성, 시장성, 불투명성을 든다.

논문의 핵심은 채권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이익충돌을 다루는 III장이다. 저자는 이익충돌의 대표적 예로 LME를 든다. LME는 회사가 도산절차 밖에서 채권계약을 통해서 신규자금확보, 만기연장, 우선순위변경, 담보재배치 등을 시도하는 구조조정조치로서 동일한 등급에 속하는 다른 채권자를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 내지 특징으로 지적된다. 저자는 이익충돌이 부각되는 구체적 사례로 일부 채권자들의 순위를 상승시키는 uptier exchange와 회사의 중요재산을 신설자회사에 이전함으로써 일부 채권자들의 담보재산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는 drop-down거래의 두 가지에 대해서 검토한다. 이들 조치의 허용여부를 법원은 당해 조치가 공정한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대출계약의 해석상 허용되는지 여부를 따져서 결정한다(이러한 계약적 접근의 한계에 대해서는 2023.5.20.자 참조). 끝으로 채권자들 사이의 이익충돌이 수반하는 문제에 대해서 언급한다. 저자는 LME가 시장전체의 거래비용을 증가시키고 각 채권자가 대출계약상 다양한 보호수단을 강구함에 따라 현실적으로 회사의 통일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몇 가지 개선방안을 검토한다.

Leave a Reply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 2026 Copyright KBL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