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영미법으로 통칭되는 영국법과 미국법이 역사적인 뿌리를 공유하면서도 회사법분야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은 이미 몇 차례 지적한 바 있다(예컨대 2021.7.8.자 포스트). 오늘은 그 차이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사례에 속하는 적대적기업인수에 관한 양국의 규제를 다룬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Bernard S. Sharfman & Marc T. Moore, Liberating the Market for Corporate Control, Berkeley Business Law Journal Vol. 18 (2021).
이 논문의 골자는 적대적기업인수가 기업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긍정적인 역향을 고려하여 영국에서와 같이 미국에서도 적대적기업인수가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일정한 범위 내에서 대상회사 경영진에 의한 방어행위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이 주장은 특별할 것이 없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거도 크게 독창적인 것은 없지만 이 분야의 여러 기본 논점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IV장은 영국의 적대적기업인수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고자 하는 독자에게 유용할 것이다. IV장은 영국의 특징인 Takeover Panel과 Takeover Code는 물론이고 영국 회사법에 독특한 제도인 scheme of arrangement에 대한 간단한 언급도 담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이미 널리 알려진 mandatory bid나 squeeze-out rule과 이사회의 중립의무(board passivity)도 역시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이사회에 대한 주주의 영향력과 이사회의 중립의무의 결과 미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대적기업인수의 비중이 높고 그 성공률도 높지만 중립의무를 폐지하려는 시도가 행해진 바 없다는 점은 특기할 점이다. 또한 눈길을 끄는 점은 백기사(white knight)에 관한 설명이다. 이사회의 중립의무는 적대적 기업인수 시도가 있을 때 대상기업 이사회가 다른 인수자를 찾는 시도를 막지 않는데 현실적으로 대상기업 경영진이 잠재적 인수자들을 찾아나서는 노력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적대적기업인수가 전체주식에 대한 현금인수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인수성공 후의 축출합병 시에 대가가 인수대가이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이른바 non-coercive tender offer)에는 이사회가 poison pill과 같은 방어수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주회사법에 규정할 것을 주장한다. 다만 정관으로 방어수단의 이용을 허용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함으로써 사적자치의 여지를 인정할 뿐 아니라 영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사회가 백기사를 찾는 것도 허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