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법상 지배주주의 이익충돌거래에 대한 규제

기업의 규모를 불문하고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보니 지배주주에 관한 외국문헌을 만나면 아무래도 눈길이 가게 된다. 요즘은 미국에서도 지배주주에 관한 논의가 제법 늘고 있다. 특히 델라웨어주법상 지배주주의 이익충돌거래와 정화장치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 다룬 바 있지만(예컨대 2020.6.30.자 포스트) 이익충돌거래에 대한 규제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전해주지는 못했다. 오늘은 좀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좀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논문을 한편 소개하기로 한다. Itai Fiegenbaum, The Controlling Shareholder Enforcement Gap, American Business Law Journal Volume 56, Issue 3, 583–644, Fall 2019. 저자는 미국학계에서 활동하는 이스라엘 출신의 젊은 회사법학자이다.

델라웨어주 회사법상 이익충돌거래에는 전체적 공정성(entire fairness)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실무상 소송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 이익충돌을 “정화”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정화절차는 지배주주의 존재여부에 따라 엄격성에 큰 차이가 있다. 델라웨어주법상 지배주주의 소수주주축출거래에서의 정화장치에 관한 리딩케이스는 보통 MFW라고 불리는 2014년 Kahn v. M&F Worldwide Corp.판결이다. 그에 따르면 그런 거래에 경영판단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➀독립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승인과 ➁소수주주의 과반수 동의(MOM)가 모두 필요하다. 그런데 MFW판결의 법리가 소수주주축출거래가 아닌 일반 이익충돌거래(non-freezeout transactions)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주대법원판결은 판단을 내린 바 없다. MFW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의 델라웨어주 판례는 ➀이나 ➁가 충족되는 경우에는 증명책임을 지배주주로부터 원고주주에게로 전환해주는데 그치고 있었다(Kahn v. Tremont Corp., 694 A.2d 422, 428)(Del. 1997).

저자는 일반 이익충돌거래에 대해서도 MFW법리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반대하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Itai Fiegenbaum, The Geography of MFW-Land, 41 DEL. J. CORP. L. 763, 788–98 (2017)). 그런데 2017년의 판결(IRA Tr. Bobbie Ahmed v. Crane (NRG Yield), C.A. No. 12742-CB, 2017 WL 6335912 (Del.Ch. Dec. 11, 2017))에서 형평법원은 적용을 긍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일반 이익충돌거래의 경우 MFW판결의 정화절차는 소수주주의 위험을 경감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 주장 자체보다는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저자가 제시한 설명이라고 할 것이다.

저자는 축출거래의 경우에는 거의 자동적으로 주주소송이 수반되는데 회사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정화절차를 충실하게 수행할 인센티브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와 달리 일반 이익충돌거래의 경우에는 주주소송의 개연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엄격한 정화절차를 준수할 인센티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차이를 enforcement gap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MFW법리를 일반 이익충돌거래에도 적용하는 경우 그로 인하여 추가적인 개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을지 우려를 표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축출거래와 일반 이익충돌거래가 주주소송과 관련하여 위와 같은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한 법적 이론구성이다. 그에 따르면 전자의 경우 주주의 손해는 직접손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직접소송을 집단소송의 형태로 제기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주주의 손해는 간접손해에 불과한 것으로 주주는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집단소송과 달리 대표소송은 여러 절차적인 장애(대표적으로 이사회의 소송저지권한)때문에 현실적으로 변호사가 소송에 나서기 어렵다. 이처럼 일반 이익충돌거래의 경우에는 주주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구태여 엄격한 정화절차를 거칠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그 점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저자는 Oracle이 자신의 지배주주가 소유한 NetSuite를 인수하며 채택한 허술한 절차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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