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의 위험성

주주행동주의의 대두에 따라 그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주지하는 바이다. 그러나 주주행동주의의 공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계속 중이지만 적어도 이론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한 것 같은 느낌이다. 오늘은 주주행동주의의 문제점을 이론적인 관점에서 비판하는 최신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Zohar Goshen & Reilly S. Steel, Raiders, Activists, and the Risk of Mistargeting (2021). 이 논문은 Columbia Law School의 Goshen교수가 자신의 학생과 공저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미국에서 JD코스를 밟지 않고 교수가 된 외국학자들이 여럿 있지만 과거에는 극히 예외적이었다. 이스라엘에서 법대를 나온 Goshen교수는 Harvard의 Bebchuk교수에 이어 두 번째 외국출신 회사법교수가 아닌가 생각된다. 20년 전 Columbia에서 지냈을 때 내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었는데 자그마한 키에 반짝이는 눈이 인상적이었다. 5년 전 오래 만에 Columbia의 세미나에서 다시 만났는데 머리카락만 하얗게 변했지 풍부한 유머는 그대로 남아있어 반가웠다.

저자들의 주장은 raiders는 기업을 해체하고 activists는 기업을 개선한다는 통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activists가 raiders에 비하여 나을 것이 없고 오히려 더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를 대상기업을 잘못 선택할 위험에서 찾고 있다. 즉 activists의 경우 겉으로는 열등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망이 좋은 기업을 상대로 변화를 강요함으로써 기업가치를 훼손할 위험(저자는 이런 위험을 대리비용과 대비하여 본인비용(principal costs)이라고 부른다)이 raiders의 경우에 비하여 더 크다는 것이다. 양자의 그런 차이를 저자들은 비즈니스모델의 차이에서 찾는다. raiders는 대상기업주식의 전부를 인수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고 실패하는 경우 부담도 커서 대상기업을 신중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하여 activists는 주식의 일부만을 인수하고 잘못된 결정의 위험을 다른 주주와 분담하므로 기준수익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raiders의 경우에는 경영권을 장악한 후에 기업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activists의 경우에는 소수주주의 지위에 머물기 때문에 기업정보를 확보할 수 없다.

activists가 raiders의 경우보다 선택착오의 위험이 더 크다고 하더라도 activists의 효용이 폐해보다 크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적어도 현제도상으로는 폐해, 즉 본인비용이 더 클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들은 두 가지 실증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하나는 주식시장 전체의 수익이 일부 기업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1926년에서 2016년의 통계를 토대로 모든 경제성장은 상장기업의 4%에 해당하는 기업의 공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이다. 저자들은 이들 연구결과가 activists의 폐해가 효용을 압도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하지만 솔직히 아직 그런 주장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저자들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현재와 같이 raiders에 대해서는 적대적이고 activists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미국의 제도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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