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의 거시경제적 영향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대기에 영향을 주고 시간이 지나 증폭되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는가?”(미국의 기상학자 Lorenz) 이젠 일상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나비효과”란 용어를 탄생시킨 대목이다. 나비효과는 여러 맥락에서 사용되는데 오늘 소개하는 글은 시세조종의 나비효과에 관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ina-Gail S. Fletcher, Macroeconomic Consequences of Market Manipulation, 83 Law & Contemporary Problems 123 (2020). 저자는 Duke대 로스쿨교수로 시세조종에 대한 일련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글은 블로그에 소개했던 과거 논문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시세조종은 그 영향이 원래 조종의 대상이 된 특정 자산의 가격만 국한된 것으로 시장에 대한 거시적 영향은 없다고 여겨져 왔으나 시장상황의 변화로 인하여 이제는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는 금융시장 전반의 건전성 내지 안정성을 위하여 각종 규제개혁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시세조종의 위험성을 고려한 규제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의 논문은 시세조종이 이처럼 시스템위험을 초래하게 되는 경로를 설명하고 장차 거시적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의 골자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논문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시세조종의 영향에 대해서 살펴본다. 저자는 전통적인 시세조종은 시스템위험을 초래하지 않았지만 시장변화로 말미암아 시세조종의 부작용이 대폭 확대될 위험이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시장의 구조적, 기술적 변화로 세 가지를 든다. ➀시장의 네트워크化의 진전으로 기업들 사이의 연관과 시장들 사이의 연관이 긴밀하게 됨으로써 시장의 특정 부문에서 발생한 사건의 효과가 바로 다른 시장으로 전이되는 구조가 되었다는 점. ➁기술의 진보로 인하여 시세조종의 효과가 확산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점. 그 대표적인 예로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는 고빈도거래(high-frequent trading, HFT)를 든다. ➂금융혁신과 부채의존의 심화로 인하여 거래의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점. 그 대표적인 예로 CDS를 든다.

III장에서는 시세조종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사례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➀전세계적으로 금융기관들이 LIBOR를 비롯한 공통의 시장기준에 의존하다보니 그런 기준을 조작하는 경우에는 전세계의 금융시장에 그 영향이 파급될 수 있다. ➁HFT의 확산으로 전세계적으로 변동성이 심화된 것을 예로 든다. 저자는 HFT에서 사용하는 알고리즘들이 시장변화에 대한 반응과 관련해서 연관성이 높다보니 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 과도한 반응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➂CDS거래와 관련하여 보장매입자나 보장매도자가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준거채무자의 불이행 위험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경우(이른바 “engineered” CDS)의 문제점을 논한다.

IV장에서는 시세조종의 거시적 영향에 대처하기 위한 미래의 규제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그림을 제시해주는 단계에는 도달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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