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기업의 법과 경영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선진국에서도 기업의 대부분은 가족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학계에서 연구자들의 관심은 가족기업이 아닌 공개회사에 집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벌이 일종의 가족기업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가족기업에 대한 관심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주된 연구대상은 상장회사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의 약진으로 폐쇄회사에 대한 관심이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 가족기업은 매력적인 연구주제라고 하기는 어렵다. 오늘은 가족기업에 대한 연구동향을 엿볼 수 있는 최신 문헌을 한편 소개한다. Holger Fleischer, An Introduction to Law and Management of Family Firms, Family Firms and Closed Companies in Germany and Spain (Beiträge zum ausländischen und internationalen Privatrecht, 134), pp. 1-22, Holger Fleischer, Andrés Recalde, Gerald Spindler, eds. (Mohr Siebeck, February 2021). 저자는 회사법이론과 실무의 주요 이슈에 대해서 실로 엄청난 규모의 연구업적을 쌓고 있는 독일 회사법학계의 정상급 학자로 Hopt교수의 후임으로 막스플랑크 비교사법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수년 전부터 동아시아 법학계와의 교류를 시작하여 이미 독일에서는 물론이고 동경, 서울, 북경에서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3권의 책자까지 발간한 바 있다. 저자의 논문은 가족기업에 관한 스페인 학자와의 공동연구결과를 토대로 발간한 책자의 서문에 해당하는 것이다. 참고로 그 책자에 수록된 다른 논문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Holger Fleischer: An Introduction to Law and Management of Family Firms

Paula del Val Talens/Miguel Gimeno Ribes: Setting the Scene. Family Firms and Closed Companies in Spain

F. Javier Arias Varona: Abide or Leave. Withdrawal Right for Retention of Profits, Close Family Companies and Rule of Law

Jennifer Trinks: Excessive Retention of Profits and Minority Protection. A German Perspective

Ascensión Gallego Córcoles: Abuse by Majority Shareholders as a Ground for Challenging General Meeting Resolutions

Fernando Marín de la Bárcena: Shareholder Control over Executive Pay

David Pérez Millán: The Duty to Honor a Shareholders’ Agreement as an Ancillary Obligation in the Articles of the Company

Sebastian Mock: Shareholders’ Agreements in Family Firms and Closed Corporations

Nuria Latorre Chiner: Related Party Transactions in Non-Listed Companies. The Limited Effectiveness of Ex Ante Control

Andrés Recalde Castells: The Significance of the Business Judgement Rule in Closed Companies

Gerald Spindler/Andreas Seidel: Business Judgment Rule in Closed and Family Companies

저자의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서론(I장)에 이어서 II장에서는 가족기업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특히 가족기업에 대한 기존 법적연구의 현황에 대한 소개가 유용하다. III장에서는 가족기업의 특성을 검토한다. 먼저 가족기업의 정의에 대해서는 정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신 기능적인 기준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가족기업은 다음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➀과반수의 의결권이 특정 가족에 속할 것(지배요건). ➁지배가족이 당해 기업을 후손에 물려주려는 의사가 있을 것(가족승계의 요건). 저자는 가족기업의 유형을 설명하면서 가족기업이 3대를 넘기기 어렵다는 속설이 여러 나라에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가족기업에 관한 古今의 소설을 수집하는 것이 자신의 취미라고 밝히며 몇 가지 소설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저자의 풍부한 교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IV장에서는 가족기업의 법적형태를 고찰한다. 현대의 다양한 기업형태를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역사적으로 로마법까지 거슬러 올라가 조합의 형태를 비롯하여 메디치, 푸거 등 과거의 유명 가족기업의 법적형태까지 소개한다. V장에서는 가족기업의 운영을 뒷받침하는 법적 토대로 법률, 정관, 주주간계약과 아울러 독일의 가족기업을 위한 모범규준(Governance Code for Family Business)과 최근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족헌장(family constitution)을 살펴본다. 가족헌장은 가족기업이 자발적으로 채택하는 내부규범으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는데 저자는 그 기능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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