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에서의 회사법의 경쟁

미국의 州회사법 사이의 경쟁에 대한 회사법학계의 담론이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한 연방국가내에서의 경쟁과 세계무대에서의 경쟁은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는 것 같다. 그 점을 보여주는 최신 연구를 소개한다. Ido Baum & Dov Solomon, The Least Uncomfortable Choice: Why Delaware and England Win the Global Corporate Law Race, 73 South Carolina Law Review 387 (2021) 저자들은 이스라엘의 대학에서 가르치지만 미국학계에서도 활동이 많은 소장학자이다.

저자들의 연구는 주로 국제적인 M&A거래실무에 종사하는 22명의 변호사와의 인터뷰에 기초한 것이다. 이들 변호사는 영국, 미국, 독일, 폴란드,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논문에서는 이들의 실제 발언을 폭넓게 인용하고 있다. 연구의 결론은 국제적 M&A거래에서는 준거법으로 델라웨어주법과 영국법이 많이 채택되는데 그 이유는 이들 법이 사적자치를 폭넓게 허용하고 덜 간섭적이면서도 예측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들은 이들 법의 내용이 최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논문제목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가장 덜 불안한 중립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에 널리 활용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논문의 본문은 3장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국가간의 규제경쟁에 관한 기존의 이론을 소개하고 델라웨어법과 영국법이 부상한 현실에 대해서 설명한다. 실무가들과의 인터뷰결과는 III장에서 상세히 소개하고 IV장에서는 그 주된 결과를 정리한다. IV장에 따르면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글로벌시장에서 회사의 설립 시에 준거법을 택할 떼에는 회사법적 고려가 아니라 세법적 고려가 결정적이다. 일단 설립준거법을 정하면 그 후 M&A계약을 체결할 때에도 회사의 내부관계와 주주간계약에서의 법률관계사이에 부조화(mismatch)가 발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동일한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영미법국가에서는 통상적이지만 대륙법계국가의 기업들은 M&A계약이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설립준거법과 무관하게 보다 영미법계국가의 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들은 그 이유로 여러 가지 요인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진술과 보장조항과 관련된 보험(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 insurance: RWI)의 영향이다. 최근 실무상 진술과 보장조항 위반으로 인한 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보험의 활용이 늘고 있는데 이런 신종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는 대부분 영국에 소재한다. 이들 보험사는 보험대상인 M&A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들에게 자신들이 익숙한 영미법계의 준거법의 채택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회사법학자의 관점에서 흥미를 끄는 대목은 회사의 설립준거법을 택할 때에는 회사법적 고려는 세법적 고려에 비하여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회사법상 소수주주보호의 수준은 투자의 형태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즉 보호수준이 낮은 나라의 회사에 투자할 때에는 소수지분투자를 하기 보다는 100퍼센트 주식 내지 지배주식의 취득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새삼 확인한 것은 국제M&A거래에서 중요한 것은 세법이고 회사법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동일한 세법이 적용되는 미국 내에서는 회사법의 경쟁이 작동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세법이 적용되는 글로벌시장에서는 그런 경쟁의 강도는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저자들의 견해는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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