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노후를 위한 투자와 관련하여 뮤추얼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최근에는 특히 인덱스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3대 펀드인 BlackRock, Vanguard, State Street는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해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오늘은 미국의 뮤추얼펀드 규제가 직면한 딜레마를 보여주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Ann M. Lipton, A Most Ingenious Paradox: Competition vs. Coordination in Mutual Fund Policy, 71 Case W. Res. L. Rev. 1275 (2021). (유감스럽게도 이 논문은 어찌된 일인지 SSRN에 업로드되어 있지 않아 링크를 달 수 없었다.) 저자는 이 블로그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일이 있는 Tulane로스쿨의 저명교수이다.
저자는 뮤추얼펀드규제에서 투자자 보호에 치중하다보면 자산운용업의 집중이 초래되여 경제전체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에 이르기 때문에 경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운영하게 되는데 그런 태도는 개별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노력을 저해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논문의 본문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경쟁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규제가 억제되는 면이 있음을 설명한다. 자산운용업자는 투자자의 수요에 맞는 투자전략을 추구해야하지만 실제로는 투자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투자자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펀드는 경쟁에서 도태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투자자의 경험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펀드도 존속하게 된다. 이런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로 보수와 관련한 규제나 판매채널의 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제안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그런 조치는 채택되지 않았다. 그런 조치가 채택되지 않은 것은 법적 장애물이나 업계의 로비 탓도 있겠지만 저자는 정치경제적 고려를 강조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실제로 일반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투자대상은 소극적으로 운영되는 펀드이므로 투자자들에게 너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투자자들을 위한 선택지를 좁히게 되면 결국 거래가 소수의 자산운용업자에게 집중되게 되는데 그런 결과는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 지금도 위에 언급한 3대 펀드가 S&P 500 회사의 88%에서 최대주주의 지위를 차지하고 회사당 평균지분이 22%에 달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이들의 지분이 더 커지는 것은 꺼리는 자가 많기 때문이다.
II장에서는 현행규제가 한편으로는 경쟁을 촉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협동을 촉진함에 따른 모순을 설명한다. 최근의 회사법이론상으로는 대리문제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주주들의 협동을 촉진하는 것이 주목을 끌고 있다. 그와 관련하여 뮤추얼펀드의 경우 각 펀드는 법적으로 독립된 단위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업자는 각 펀드에 속한 주식의 의결권을 통일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통일적인 의결권행사는 경제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 등 ESG요소의 고려를 용이하게 하는 면이 있는 반면에 전체 펀드 투자자의 이익과 특정 펀드 투자자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후자가 훼손될 우려도 있다. 나아가 자산운용업의 집중을 막기 위해서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을 유지하면서 집중의 효과를 가져 오는 협동을 지원하는 것은 모순이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II장에서는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Bebchuk이나 Posner같은 학자들이 제시한 대책도 검토한다.
III장에서는 주주들의 협동과 관련하여 의결권자문사에 대한 규제와 주주제안권에 관한 Rule 14a-8의 개정안의 문제점을 살펴보지만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IV장은 거시적 담론을 담고 있는데 뮤추얼펀드정책은 한편으로는 자산운용업자의 영향력이 너무 비대해지는 것을 막으면서도 이들이 너무 분산되어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도 막아야하는 미묘한 균형점을 찾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두 가지의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①하나는 퇴직연금의 운영과 관련하여 현재보다 정부의 역할을 증대시킴으로써 민간 펀드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다. ②다른 하나는 자산운용업자의 통일적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펀드별 의결권 행사로 전환하되 개별 펀드 투자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을 서면으로 증명하는 경우에는 통일적 행사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이 링크를 사용하시면 해당 논문을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 https://scholarlycommons.law.case.edu/caselrev/vol71/iss4/11/
민교수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