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lís Ferran은 Cambridge대학 여성 회사법 교수로서 국제학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진 학자이다. 20년 전 쯤 서울에 한번 초청한 일이 있고 그 인연으로 몇 년 후 여러 동료들과 Cambridge로 찾아가서 만난 일도 있다. 그는 영국 회사법의 개정과 관련한 글을 여럿 발표한 바 있는데 오늘은 작년에 발표한 자본금제도에 대한 글을 소개한다. 그의 주장의 요지는 영국이 자본금제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자본금제도에 대한 비판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가 다시 그런 주장을 하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영국은 EU 가입을 계기로 EU의 회사법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거꾸로 입법의 자유를 제한받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EU 회사법의 어느 제도가 불만스런 경우에도 EU체제에 머무는 한 그것을 독자적으로 수정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Brexit를 계기로 기존 회사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었다. 그와 관련하여 주목을 받는 대상이 바로 자본금제도이다.
그가 자본금제도의 포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그는 자본금이회사가 과도한 배당이나 자사주매입을 통해서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억제하지 못한다. 둘째, 자본금을 기초로 한 배당규제는 현대적인 재무회계와 잘 조화되지 않는다. 회사법상의 배당가능이익과 회계상의 이익 사이의 격차가 크고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하는 것이 너무 복잡하다. 셋째, 2006년 자본감소에 관한 회사법개정을 통해서 밝혀진 바와 같이 자본금보다는 지급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는 만약 자본금기준을 지급능력기준으로 대체하는 것이 어렵다면 타협책으로 배당가능이익을 회계상이익과 일치시키고 미실현이익의 배당을 허용할 것을 주장한다. 요컨대 그의 견해는 배당과 관련하여 배당가능이익에 의한 경직적인 규제를 버리고 회사의 지급능력을 이사가 확인하는 식의 유연한 규제로 전환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의 견해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자본금기준에 기초한 배당가능이익개념을 유지하고 미실현이익을 배당가능이익에서 배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정준혁, 2011년 개정 상법이 배당실무에 미친 영향, 상사법연구 37권2호(2018) 참조.
영국의 현행 회사법에는 법정자본금 외에도 학자들의 비판을 받는 제도들이 많다. Brexit를 계기로 이런 제도들은 독자적인 변화가 가능하게 되었는바 앞으로 이 제도들이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지는 비교법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3449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