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주식소유구조는 흔히 집중형과 분산형으로 구분한다. 최근 기관투자자 보유지분의 증가로 사정이 좀 달라졌지만 전통적으로 미국과 영국은 분산형에 속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나머지 나라들은 집중형에 속한다. 일본은 주식의 상당부분을 거래처인 사업법인, 은행, 생명보험회사 등이 보유한다는 점에서 분산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미의 분산형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다수의 주식을 보유하는 기업, 은행 등의 주주가 배당이나 양도차익 대신 거래관계의 유지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이런 주식을 정책보유주식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는 특히 이른바 버블 붕괴 후 경제침체의 한 원인으로 주주이익 경시를 들고 다시 그 원인을 정책보유주식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찾는 견해가 대두되었다. 그리하여 2012년말 들어선 2차 아베정권은 정책보유주식의 감소를 촉진하는 각종 조치들을 채택하였고 그 결과 실제로 정책보유주식이 감소하게 되었다. 오늘은 이러한 정책보유주식의 감소가 과연 자본효율의 개선을 가져왔는지를 검토한 논문을 소개한다. 宮島英昭・齋藤卓爾, 企業統治改革のインパクト(上), (下), 旬刊商事法務 2336, 2337호(2023.9.5.& 9.15) 저자들은 일본의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실증연구를 가장 활발하게 수행해온 학자들로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연구의 성과는 논문의 결론에 요약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소개한다. 일본에서 정책보유주식의 감소는 주로 공시규제에 의하여 추진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지배구조 코드로 그에 의하면 이사회는 정기적으로 정책보유주식을 확인하게 되어 있었다. 이러한 압력은 2명 이상의 사외이사의 선임이 요구됨에 따라 더욱 강해졌다. 정책보유주식의 매각은 금융면에서 매각의 필요성이 높은 기업이 유동성과 변동성이 높은 종목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기업은 정책보유주식 중에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작은 종목, 즉 지분비율이 낮은 주식, 회사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주식, 회사의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낮은 주식을 매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달리 말하면 거래관계가 중요하거나 지분비율이 높은 주식은 유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의 주식상호보유비율의 감소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책보유주식의 매각을 통해 얻은 자금은 상당한 규모에 달했다. 그러나 그 자금이 아베 정권이 기대한 것처럼 실물투자나 M&A에 투입되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그 자금은 주로 자사주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에 충당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총자산회전율이 향상되거나 ROE가 향상되었다는 경향도 아직까지 확인할 수 없다. 정책보유주식의 매각을 통해서 상호보유관계의 해소가 초래되고 그에 따라 기업의 소유구조에도 변화가 발생하였지만 그로 인하여 이 정책의 궁극적 목표인 자본효율의 상승에 공헌했다는 효과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흥미로운 것은 정책보유주식의 매각과 병행하여 진행된 자사주매입은 투자대상기업이 보유한 자사주 매각에 대처하기 위하여 행해졌다는 점이다. 기업은 그렇게 취득한 자사주를 다시 다른 기업에 매각(일본에서는 제3자배정증자의 형식을 취함)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는 단순히 상호보유관계를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제휴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라는 점에서 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리하여 정책보유주식의 매각이 진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법인이 차지하는 지분비율은 그다지 저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