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빅테크기업에 의한 스타트업 인수에 따른 경쟁법적 문제를 다룬 논문을 소개한 적이 있다(2021.6.21.자). 그 며칠 후 그와 상반되는 시각의 논문도 소개한 바 있다(2021.6.25.자). 오늘은 빅테크의 스타트업 인수를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최근 논문을 소개한다. Jonathan Barnett, ‘Killer Acquisitions’ Reexamined: Economic Hyperbole in the Age of Populist Antitrust, University of Chicago Business Law Review (Forthcoming)(2023) 저자는 USC 로스쿨에서 회사법, 지적재산권법, 경쟁법을 가르치는 중견교수이다.
논문의 대상인 Killer Acquisitions(폐업인수)은 기존 기업이 장차 경쟁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혁신적인 스타트업기업을 폐업을 목적으로 인수하는 것을 가리킨다. 특히 플랫폼업계의 경우 폐업인수가 늘어나면 스타트업기업을 위한 앱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스타트업기업의 생존이 어려운 이른바 “kill zone”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러한 폐업인수나 그로 인한 kill zone의 생성은 기술혁신을 저해하기 때문에 국가경제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확산됨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 그에 대한 규제가 시도되었다. 저자는 폐업인수나 kill zone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그런 규제는 오히려 스타트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기존 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의 反경쟁적 영향을 우려하는 견해를 두 가지 면에서 비판한다. ①그런 견해와는 달리 실제로 테크산업에서는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늘어났고 스타트업도 많이 늘어났다. ②그런 견해는 기존 기업의 스타트업 인수가 테크놀로지 에코시스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경시한다. 폐업인수의 위험이 실제로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인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경우에는 벤처캐피탈의 투자회수를 저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폐업인수에 대한 주장, 스타트업인수가 테크놀로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 폐업인수를 막기 위해 규제기관과 법원에 의한 개입의 폭을 확대하는 것이 경쟁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 등에 관한 증거를 엄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러한 검토 후 폐업인수와 kill zone에 관한 주장들은 증거가 박약하다는 판단을 내린다. 그에 따르면 폐업인수가 의심되는 사례는 바이오업계의 일부에서 발견될 뿐이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정보통신기술업계에서는 그런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 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이유가 경쟁의 싹을 자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인가에 대해서도 나름의 견해를 제시한다. 그는 스타트업인수는 두 가지 거래상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기능을 한다고 본다. ①인수기업인 대기업에서는 기술혁신을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스타트업에서와 같은 강력한 보상체계를 제공할 수 없다. ②인수대상인 스타트업에서는 신기술을 상업화하는데 필요한 자본, 물적시설, 기타 인프라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존기업에 의한 스타트업인수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