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법을 공부할 때 중요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fiduciary duty와 같은 형평법적 요소이다. 오늘날 law와 equity가 통합되었다고는 하지만 역사적 뿌리가 달랐던 탓으로 양자의 관계는 일원적인 회사법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오늘은 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Andrew S. Gold & Henry E. Smith, The Equity in Corporate Law, Notre Dame Law Review, Volume 100, 2024-2025, Forthcoming. Gold교수는 UC Irvine 로스쿨, Smith교수는 Harvard 로스쿨에서 주로 사법쪽을 연구하는 유명한 학자들이지만 회사법분야에서의 업적은 별로 없다. 특히 Smith교수는 물권법과 형평법의 대가로 수년 전 서울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부인이 한국계라고 했던 것 같다.
역사적으로 law와 equity를 대비할 때에는 보통법과 형평법으로 번역해야 할 것 같지만 이제 양자가 통합된 상황에서는 law는 “법”으로, 그리고 equity는 영어로 그냥 사용하기로 한다. 회사법은 역사적으로 equity에서 출발한 것이고 회사법에서 equity를 대표하는 것은 fiduciary에 관한 법이다. equity는 법을 적용한 결과가 정의롭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그것을 시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저자들은 메타-법(meta-law)이라고 부른다. equity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적용되는데 특히 저자들은 회사법에서 equity는 경영자의 기회주의(opportunism)을 통제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 equity는 법의 남용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그 equity자체도 남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저자들은 회사법이 equity의 남용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법과 equity가 적절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은 equity 메타-법의 기회주의 억제기능을 설명하고 그것과 fiduciary법과의 관계를 살펴본다. 저자들은 기회주의의 의미에 대해서 상세히 언급하는데 기회주의가 “현행법에서 문리적으로는 허용되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포함한다는 점과 그런 행동을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는 위반”(compliant noncompliance)이라고 부르는 점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III장에서는 equity가 회사지배에 관한 법에 작용하여 법과 equity간에 균형을 잡는 모습을 다음과 같은 분야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①경영판단원칙, ②주주대표소송, ③Schnell판결, ④사업형태의 다양한 선택지. ①경영판단원칙은 이사회의 판단에 대한 법원의 간섭을 원칙적으로 억제하면서도 이익충돌거래, 이사회 의사결정과정에서의 중과실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는 허용함으로써 equity적 기능을 수행한다. ②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해서는 이사의 기회주의적 행동에 대해서 주주의 제소를 허용하면서도 그것이 남용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절차적 제한을 부과한다. ③Schnell판결은 경영진이 적대적인 위임장권유에 대항하기 위하여 부속정관을 개정하여 주주총회일을 앞당긴 사안에 관한 판결이다. 델라웨어주대법원은 그러한 경영진의 행위를 무효로 선언하며 “법이 허용한다는 이유만으로 형평에 어긋난 행위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법이 허용하는 행위도 equity의 관점에서 심사대상이 될 수 있지만 equity는 법을 남용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④와 관련하여 델라웨어주에서는 주식회사 외에 유한책임회사(LLC)나 유한책임조합과 같은 사업형태도 존재하는 바 LLC는 설계하기 따라서 실질적으로 equity의 적용을 받지 않는 주식회사와 유사한 존재로 만들 수 있다.
IV장에서는 회사법의 본질과 equity의 관계를 다룬다. 저자들은 회사의 기본기능이 재산분리라는 점에서 출발하여 그러한 분리를 남용하여 채권자이익을 침해하는 기회주의를 통제하기 위한 equty법리로서 법인격부인법리를 검토한다. 이어서 회사와 경영자 사이에 재산을 넘어 사업기회의 분리가 문제되는 경우에 적용하는 법리로 회사기회법리를 살펴본다.
V장에서는 equity의 역할을 기회주의를 통제하는 메타-법으로 파악하는 저자들의 이론과 다른 이론들을 비교한다. 그 다른 이론들에는 equity를 순전히 법관의 재량을 허용하는 관점에서 파악하는 이론, 도덕적인 고려를 반영하는 관점에서 파악하는 이론, 회사를 계약의 다발(nexus of contracts)로 파악하는 이론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