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감시의무의 변천

미국 델라웨어 판례법이 이사의 감시의무를 주의의무가 아닌 충실의무의 일부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다(2025.2.19.자). 오늘은 그 문제를 가장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David Kershaw, Where is the Care in Caremark?(2025). 저자는 하바드에서 JSD학위를 받은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의 회사법교수로 신인의무에 대한 단행본(The Foundations of Anglo-American Corporate Fiduciary Law(Cambridge 2018))도 출간한 바 있다.

저자는 전문성을 갖춘 경영자에 대한 위임의 필요성과 경영자의 권한남용을 억제하기 위한 통제의 필요성을 조화하는 문제, 즉 전문성과 통제사이의 상충을 조화하는 문제를 회사법의 근본문제로 규정한다. 이 논문은 매우 이론적인데 저자는 전문성과 통제라는 대립개념과 아울러 주관성과 객관성이라는 대립개념을 동원하며 자신의 논리를 전개한다. 이 논문의 대상은 통제장치의 일부에 해당하는 감시의무에 객관성과 주관성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의 문제이다. 저자에 따르면 경영자 통제에서 주의의무가 객관적인 사회적 기대를 기준으로 삼는데 비하여 충실의무는 개인적인 정직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저자는 Caremark판결을 계기로 감시의무의 기준에서 주관성이 객관성을 압도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Caremark판결 이전의 리딩케이스인 Graham판결에서는 감시의무에 대해서 주의의무의 객관적 주의기준을 적용하면서도 감시의무의 주체인 사외이사가 회사운영에 참여하는 범위가 좁은 현실을 고려하여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인정하였다. 한편 이사회의 일반적인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함에 따라 주관적 선의기준을 적용하였지만 그 기준을 감시의무사건에까지는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Caremark판결에 이르러 주관적 선의기준이 감시의무사건에도 적용되게 되었다. Caremark판결에서 Allen판사는 이사회가 이른바 조직지배책임(organizational governance responsibility)의 이행을 위해서 주관적인 선의의 노력(a subjective, good faith effort)을 다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Caremark판결의 논리에 따르면 이제 감시의무는 객관적 주의보다는 주관적 선의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의의무가 아닌 충실의무의 일부에 속하게 된 것이다. 이 논문의 제목이 Caremark판결에서 Care(주의)가 어디에 갔느냐고 묻고 있는 것은 바로 그점을 강조한 것이다. 저자는 Caremark판결에서 주관적인 선의를 판단하는 기준은 결국 이사회의 관점이고 사회의 관점이 아니기 때문에 감시의무의 내용에 이해관계자이익을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그 기준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또한 저자는 최근 델라웨어법원이 채택하고 있는 이른바 “mission critical”법리(예컨대 2021.9.24.자, 2022.10.18.자)는 과거의 객관적 주의기준으로 조용히 회귀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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