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미국 회사법학계를 달궜던 델라웨어주의 회사법개정안(Senate Bill 21: SB21)이 마침내 지난 3월25일 주지사의 서명을 받아 발효되었다. SB21은 이익충돌거래에 관한 일반회사법 §144를 전면개정하는 것으로 그것이 갖는 실무상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마침 그 내용을 잘 정리한 로펌메모가 발표되었기에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A Guide for Boards Evaluating Conflicted Transactions Under the Amended Delaware Law, 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 Governance (April 23, 2025).
그 메모는 이익충돌거래를 심사하는 이사회를 위한 지침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메모에서는 §144의 적용대상인 이사와 임원의 이익충돌거래도 다루고 있으나 주로 관심을 끄는 것은 지배주주가 관련된 거래(이하 지배주주거래)이므로 이곳에서는 지배주주거래만을 다루기로 한다. 또한 §144는 지배주주만이 아니라 지배그룹(control group)도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으나 양자의 규율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으므로 이곳에서는 지배주주만을 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144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먼저 지적할 것은 §144(d)(5)는 지배주주의 주의의무위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회사나 주주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밖에 §144는 주로 지배주주거래에 관해서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기존 판례법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메모의 저자들은 §144의 내용을 이사회의 관점에서 3단계로 나누어 정리하고 있다. ①당해 행위나 거래가 지배주주에 관련된 것인가? ②당해 행위나 거래가 지배주주에 관련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이사나 임원이 관련된 것인가? ③안전항요건이 충족되었는가? 전술한 바와 같이 이곳에서는 ②단계에 대해서는 설명을 생략한다.
①단계에서는 3가지가 문제된다. Ⓐ지배주주가 존재하는지 여부, Ⓑ행위나 거래와 지배주주와의 관련성. Ⓒ행위나 거래가 폐쇄회사화하는 거래에 해당하는지 여부. 먼저 Ⓐ와 관련해서 지배주주는 과반수 주식을 보유하거나 이사회 과반수를 선임할 수 있는 계약상 또는 기타의 권리를 갖는 경우 외에는 과반수 의결권을 갖는 것과 기능적으로 동등한 권한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 기능적으로 동등한 권한을 갖는 경우란 적어도 의결권의 1/3이상을 보유할 뿐 아니라 회사의 업무에 관한 경영권을 행사할 권한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지배주주의 인정여부는 개별적인 거래별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업무전반에 관해서 일반적으로 결정된다. Ⓑ와 관련해서 관련성은 ⓐ일방에는 회사(또는 그 자회사)가 있고 상대방에는 지배주주가 있는 경우와 ⓑ지배주주가 그 행위나 거래를 통해서 다른 주주들을 누리지 못하는 재무적 또는 기타의 이익을 얻는 경우에 인정된다(§144(e)(3)). Ⓒ와 관련하여 §144(e)(6)은 폐쇄회사화하는 거래를 정의하고 §144(c)는 그 경우 충족해야 할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만약 행위나 거래가 폐쇄회사화는 거래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의 요건만 충족하면 안전항요건을 충족한다. ⓐ위원회의 승인, ⓑ소수주주의 승인, ⓒ행위나 거래가 회사와 주주에 대해서 공정할 것. ⓐ와 관련하여 위원회는 이사회가 그 거래와 관련하여 이해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둘 이상의 이사로 구성된다.
위 ③의 안전항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이사회는 모든 요건이 실제로 충족되었음을 확인해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사와 주주의 이해관계유무를 판단하는 것인데 §144(e)(4), (5)는 이사와 주주별로 이해관계유무를 결정하는 기준을 따로 제시하고 있다. 이해관계없는 이사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당해 행위나 거래의 당사자가 아닐 것.
2. 당해 행위나 거래에 중대한 이익(material interest)을 갖지 않을 것.
3. 당해 행위나 거래에 중대한 이익을 갖는 자와 중대한 관계(material relationship)가 없을 것.
흥미로운 것은 당해 행위나 거래에 중대한 이익을 갖는 자의 지명이나 추천이나 투표로 이사로 선임되었다는 사실자체는 그 이사가 이해관계없는 이사가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 없다(§144(d)(3))는 점이다.
이전 포스트(2025.3.15.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SB21은 기존 판례법보다 지배주주거래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의 관점에서는 SB21에서 완화된 규제의 내용도 입법이나 해석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