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이른바 “그림자” 내부자거래(“그림자거래”)라는 새로운 현상에 관한 글을 소개한 바 있다(2021.9.10.자). 오늘은 그림자거래를 포함한 내부자거래에 대한 규제를 이론적으로 분석한 글을 소개한다. Luca Enriques et al., The Placebo Effect of Insider Dealing Regulation, Oxford Journal of Legal Studies (2025). Enriques교수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이태리의 회사법학자이다. 공저자에는 우리 학계에도 잘 알려진 한국계 미국 법학자인 Alex Lee교수(Northwestern)도 포함되어 있어 반가웠다.
저자들은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출시의 사례를 이용하여 그림자거래를 설명한다.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를 출시하자 경쟁업체인 넷플릭스의 주가는 5% 하락하였다. 만약 디즈니플러스 서비스의 출시를 알고 있던 디즈니 내부자가 그 공표 전에 디즈니 주식을 매수하였다면 그것은 전통적인 내부자거래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넷플릭스 주식을 공매도했다면 그것은 그림자거래에 해당한다. 저자들은 이 두 가지 거래가 모두 내부자거래에 속한다고 본다. 이들 내부자거래는 지배구조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유사하다. 그렇다면 양자에 대해서는 동등한 규제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EU, 영국, 그리고 미국에서 양자는 달리 규제되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영국과 EU에서는 그림자거래를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것이 집행된 사례는 없다는 점에서 그림자거래는 묵시적으로 용인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림자거래에 대해서는 회사가 내부자와의 계약을 통해서 허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논문은 이처럼 양자를 달리 규제하는 이유에 대해서 초점을 맞춘다.
저자들은 특히 내부자거래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내부자거래는 시장가격이 정보를 신속하게 반영하게 해준다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에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회사의 자본비용을 증가시키는 역기능이 있다. 그러나 내부자거래의 역기능과 관련하여 저자들은 실증조사를 통해서 투자자들이 그림자거래에 대해서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음을 발견하였다. 저자들은 현행의 내부자거래규제는 투자자들에게 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일종의 플라시보(placebo: 가짜 약)의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그림자거래와 관련해서는 내부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돈을 벌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내부정보가 주가에 신속하게 반영되는 것을 돕는다는 점에서 효율적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