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법원은 임직원의 가격담합행위로 인하여 과징금을 부과받은 철강회사 주주가 대표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사건에서 감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긍정한 바 있다(대법원 2021.11.11. 2017다222368 판결과 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 2023.2.10. 2021나2043409 판결). 다만 과징금액은 약 320억원에 달하였음에도 손해배상액은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이라는 편리한 도구를 이용하여 45억원으로 제한하였다. 마침 최근 독일에서도 담합으로 인하여 과징금을 부과받은 철강회사가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이 발생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이에 관한 문헌으로는 다음 두 가지를 발견했다.
①Kathrin Westermann, Die Haftung von Geschäftsführern und Vorständen für gegen das Unternehmenverhängte Kartellbußgelder – ein weiteres Kapitel, ZHR189(2025) 371–382
②Florian Wagner-von Papp, Managerial Liability and the Principle of Effectiveness Go to Luxembourg: A Preliminary Assessment of a Preliminary Reference (2025)
①의 저자는 실무변호사로 실무가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고 ②의 저자는 교수여서인지 이론적인 색채가 강하다.
실제로 관련된 철강회사는 2개로 하나는 유한회사, 다른 하나는 주식회사이고 문제의 임원은 유한회사와 주식회사의 이사를 겸하였으며 과징금은 유한회사에 부과되었지만 이곳에서는 사실관계를 위 대법원판결의 사안과 같이 과징금을 부과받은 주식회사가 임원에게 과징금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의 문제로 단순화하기로 한다. 또한 ①에서는 회사가 방어비용과 아울러 거래처가 담합으로 인한 가격인상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로 인한 잠재적 손해도 논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연방카르텔청은 담합을 이유로 철강회사에 대해서는 410만 유로의 과징금을, 그리고 당해 이사에 대해서는 12만6천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당해 이사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 하급심은 경쟁제한법 81조는 회사의 기관이 아니라 회사자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그러한 청구는 경쟁제한법의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로 회사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상고심인 독일 연방대법원은 심리를 중단하고 유럽법 위반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회사가 회원국법에 따라 이사에 대해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EU법원에 요청하였다(BGH v. 11.2.2025, KZR 74/23). 대법원은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배제여부에 관한 하급심판결에서 제시된 논거들을 검토하였으나 그것만으로 손해배상청구를 배제하기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그러한 청구가 EU경쟁법상의 실효성원칙(Effet Utile)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사의 책임에 관한 독일 주식법 93조는 이사의 책임을 제한하는 문언은 없고 독일법상 이사의 책임을 목적론적으로 제한하는 근거는 없지만 EU법원이 그러한 청구가 EU법의 실효성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한다면 독일법원도 유럽법우선의 원칙에 따라 EU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여 이사의 책임을 제한적으로 해석할 것임을 밝혔다.
3. ②논문의 주장
②논문에서는 과징금을 이유로 회사가 이사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서 찬반론을 소개한 후 회사에 대한 과징금이 적정수준인지 여부를 논한다. 저자는 회사에 대한 과징금은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까지 허용하게 되면 실제의 제재수준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이 D&O보험으로 커버되는 경우에는 이사에 대한 억지력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허용하는 것은 EU의 실효성원칙과 충돌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