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미국법상 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이란 논문을 발표한 일이 있다(회사법연구II 301면 수록). 당시 주로 참조한 것이 Randall Thomas교수의 다음 논문이었다: Improving Shareholder Monitoring and Corporate Management by Expanding Statutory Access to Information, 38 Arizona Law Review 331(1996) Thomas교수와는 그 후 어느 학회에서 만나 알게 되었고 2015년1월에는 그가 재직하는 Vanderbilt대학에 초청받아 강연을 한 일도 있다. Thomas교수는 경제학박사학위 소지자이지만 그와 공저를 자주 하는 Robert Thompson교수나 James Cox교수와 마찬가지로 법리적 분석도 중시하는 편이기 때문에 한국 학자들의 관점에서는 더 유용한 면이 있다. 그는 특히 Delaware주 판사들과 친분이 두터우며 그 때문인지 델라웨어주회사법에 관한 논문이 많다. 이런 Thomas교수가 최근 회계장부열람권에 관한 글을 두 편 발표했다. 하나는 홍콩 중문대학의 Robin Huang교수와 공저한 The Law and Practice of Shareholder Inspection Rights: A Comparative Analysis of China and the U.S.이고 다른 하나는 Duke대학의 Cox교수 등 두 사람과 공저한 The Paradox of Delaware’s ‘Tools at Hand’ Doctrine: An Empirical Investigation이다. 전자는 중국법과의 비교법적 논문이고 후자는 델라웨어주법상 회계장부열람권과 주주소송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논문이다. 두 논문은 단순히 법조문의 내용만이 아니라 실제 판례를 폭넓게 소개하고 있어 현실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위에 언급한 내 논문을 작성할 때만해도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회계장부열람권은 그다지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이들 논문을 보면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회계장부열람권을 행사한 사례가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법의 최근 동향에 관한 서술은 두 논문 사이에 당연히 중복될 수밖에 없지만 전자가 보다 압축된 내용을 담고 있어서 개요만을 원하는 사람은 전자의 미국법 부분만 읽으면 좋을 것이다. 미국법상 회계장부열람권은 대표소송과 관련하여 일종의 개시절차(discovery)를 대체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미국법상 원고주주가 이사회에 대한 제소청구(demand on the board)요건의 적용을 면제받기 위해서는 그것을 정당화하는 구체적 사실을 제시해야하는데 회계장부열람권은 그런 정보를 수집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흥미로운 것은 회계장부열람권이 그런 기능을 하게 된 것이 법원이 주주로 하여금 “수중의 정보확보수단”(“tools at hand”)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할 것을 유도함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법원의 방침에 따라 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 행사가 증가하게 되었는데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위에 언급한 내 논문이 발표된 이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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