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주식의 공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그 사용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KBLN 3.17자 포스트).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여당에서도 차등의결권주식의 도입시도가 있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 학계와 시민단체의 부정적 평가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 밑바닥에는 아마도 기존 재벌 총수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외국에서는 차등의결권주식의 확산에 따라 그에 대한 실증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오늘 소개할 글은 그런 최근 주로 미국에서 나온 실증연구의 전반적 동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Bobby V. Reddy, More Than Meets the Eye: Reassessing the Empirical Evidence on U.S. Dual-Class Stock(2020) 저자는 전직 로펌 파트너에서 캠프리지 법대 연구원으로 있는 사람으로 이런 성격의 글을 쓴다는 것이 특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미학계에서도 차등의결권주식에 대한 찬반은 두 진영으로 나뉘어 있는데 저자는 찬성 쪽 진영에 속하는 사람이다. 저자의 결론은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한 회사는 일반 회사에 비하여 대체로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지만 운영성과나 주식수익(stock return)면에서는 일반 회사를 앞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글이 이런 모순된 결과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논문은 먼저 기업가치에 관한 13건의 실증연구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장부가치 대비 시장가치(Tobin’s Q)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차등의결권주식과 기업가치 사이에 부정적 연관을 보이는 것이 7건, 긍정적 연관을 보이는 것이 2건, 연관 없음이 3건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하여 주식수익에 관한 8건의 연구 중 차등의결권주식 발행회사의 일반주식을 취득하여 장기 보유하는 경우에 보다 높은 수익률과 긍정적 연관을 보이는 것이 5건이고 연관 없음이 2건인데 반하여 부정적 연관을 보이는 것은 없다. 차등의결권주식 발행회사의 경우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주식시장이 완벽하지 않아서 그런 회사 주식을 과도하게 저평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투자자가 낮은 가격으로 취득했는데 실제로는 그 회사가 시장이 우려하는 것만큼 잘못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독창적인 주장이다. 한편 운영성과에 관한 11건의 연구 중 긍정적 연관을 보이는 것이 5건에 불과하고 연관 없음이 3건이지만 부정적 연관을 보이는 것은 없다.
이런 연구결과를 토대로 저자는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를 차등의결권주식의 효과가 경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차등의결권주식의 효과가 긍정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고속성장하는 하이테크 회사인 경우와 양질의 경영자가 경영하는 회사의 경우가 그것이다. 이런 회사에서는 경영권에 대한 불안 없이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과감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속성장을 멈추고 현금이 축적되는 회사에서는 경영권의 사적이익을 추구할 인센티브가 커지기 때문에 차등의결권주식은 기업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연구결과의 정책적 시사점으로 그는 차등의결권주식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상황에 한정하여 그것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