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recard의 몰락 – 독일판 Enron사태

오늘은 어제 포스트에서 언급한 독일 Wirecard스캔들에 대한 글을 소개한다. Todd H. Baker, The Fall of Wirecard. Wirecard사는 신용카드결제업으로 시작해서 은행업에까지 진출한 독일의 핀테크회사이다. 1999년 독일 뮌헨에서 설립된 후 짧은 기간 내에 급성장하여 마침내 코메르츠은행 대신 DAX 30지수에 포함되었고 시가총액이 한때 240억유로에 이른 대기업이다. Wirecard는 2002년 Marcus Braun이란 전직 컨설턴트를 CEO로 영입한 이후 M&A를 통해서 기업을 확장했다. 특히 2010년부터는 해외로 눈을 돌려 아시아방면으로도 진출하였다.

이 회사의 성공을 둘러싸고는 일찍부터 의혹이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것은 2015년 파이낸셜타임즈(FT)가 회사의 회계에 관한 기사를 게재하면서부터였다. Braun은 처음부터 이런 의혹에 대해서는 불순한 공매도 세력의 음모라는 식으로 일축하며 강력히 반발하였다. FT는 회사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조사를 계속하여 2019년에는 아시아업무에서의 회계사기에 관련된 일련의 기사를 실었다. 그 기사에 따르면 회사매출의 절반은 사실 외부업체에 아웃소싱되어 회사는 수수료만을 받는 구조이고 외부업체의 다수는 명목상의 회사에 지나지 않는다며 회사장부 상의 대규모 현금잔고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였다. 놀라운 것은 금융당국인 BaFin의 반응으로 2019년 이례적으로 Wirecard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2개월간 금지함과 동시에 기사를 쓴 FT기자 2명을 형사고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T의 기사는 계속되어 해외업무로부터의 수익이 부풀려졌다는 등 의혹이 쌓이자 주주들의 압력까지 높아져 회사는 결국 KPMG에 특별감사를 요청하였다. 금년 3월에 나온 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약 10억유로에 달하는 현금을 확인할 수 없었고 2016년 이후 회사의 실제 영업은 적자였다. 그제서야 회사의 외부감사인인 Ernst & Young(EY)도 지난 3년간 싱가폴은행의 현금잔고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싱가폴은행이 필리핀은행에 송금했다는 약20억유로에 달하는 자금이 아마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발표하였다. 그 후 Braun은 체포되었고 핵심임원은 도주하였으며 회사는 결국 도산하였다. 한 때 거의 160에 이르렀던 주가는 1유로대로 곤두박질했다.

이 스캔들은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더라도 회계분식을 규율하는 시스템의 모든 요소들이 거의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➀감독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기본적인 주의의무 위반

➁EY가 감사의 기본에 속하는 은행잔고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➂회계법인의 감사업무를 감독하는 독일회계심의회(Deutsche Prüfstelle für Rechnungslegung)는 2019년초 BaFin의 의뢰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으나 아직 진전이 없음

➃BaFin은 조사는커녕 회사의 우군으로 행동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음

➄회사의 주거래은행인 Deutche Bank의 회계책임자는 EY에서 Wirecard감사를 담당하던 파트너였다. 회사에 대한 거액의 대출채권을 보유한 Deutsche Bank는 신용위험을 거의 이전하면서도 회사채를 투자자에 판매하고 주식매입을 추천했다.

➅Softbank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한창 회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중에 Softbank가 운용하는 투자펀드는 9억유로에 달하는 전환사채에 투자하고 회사와 전략적 제휴계약을 맺었다. 그 계약체결일 바로 다음 날 Softbank는 그 전환사채를 기초로 같은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위험을 전가하며 수수료를 챙겼다.

독일의 시스템에 제대로 먹칠을 한 이 스캔들은 아직 전모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사건의 전모는 책임 있는 자에 대한 민형사소송을 통해서 결국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독일의 분위기는 Enron사태 직후의 미국과 비슷한 것 같다.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 같지는 않다. 그간 이른바 “개혁”을 위한 수많은 논의와 시도가 있었는데 과연 어떤 새로운 조치가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FinTech에 대한 금융감독 관점에서 Wirecard사건을 다룬 최근 포스트로 Stefan Zeranski & Ibrahim E. Sancak, The Wirecard Scandal: The High-speed Rise and Fall of a FinTech Company and Its Implications for Developed and Developing Economies (2020)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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