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축출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병합에 관한 대법원판결

현행 상법상 소수주주축출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로는 2011년 도입된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360조의24)이 있고 교부금합병도 소수주주축출에 활용될 수 있다. 그밖에 주식병합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2011년 서울동부지법은 1만대1 주식병합의 적법성을 다음과 같이 인정한 바 있다.

“살피건대, … ① 우리 상법은 자본감소의 원인에 대하여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자본감소가 허용되는 점, ② 피고 회사의 최대주주인 넥슨으로서는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하여 피고 회사의 소유지분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는바, 이 사건 감자 이전과 같이 1주당 액면 500원의 구 주식을 피고 회사의 주식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주당 액면가액이 너무 낮아 쉽게 외부로부터의 주식 매입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는 점, ③ 또한 피고 회사의 규모에 비하여 주식 수(18,915,320주) 및 주주 수(넥슨이 피고 회사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242명, 이 사건 감자 당시에는 98명)가 너무 많아 회사의 운영에 과도한 인력 및 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는 점, ④ 따라서 주식병합을 통하여 주당 액면가액을 높일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이는 점, ⑤ 회사의 주주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개정된 상법에서 회사의 지분 95% 이상을 소유한 지배주주에게 주주총회의 승인만 얻으면 소수주주의 지분을 취득할 권리를 부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개정된 상법과 같은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피고 회사가 이 사건과 같이 주주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주식병합을 통한 자본감소를 통하여 주주 수를 줄이는 조치를 취하였다 하여 이를 권리남용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이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서울동부지법 2011.8.16. 선고 2010가합22628판결).

이 하급심판결은 비록 상소과정에서 다투어지지 않고 대법원에서 확정되었으나 2011년 상법 개정 전의 사안이었기에 과연 상법에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제도가 도입된 상황에서도 그대로 타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없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26일 대법원에서 마찬가지로 1만대1 주식병합의 적법성을 선언한 판결이 선고되었기에 소개한다(대법원 2020.11.26. 선고 2018다283315 판결). (2011년 동부지법 판결과 이번 대법원판결을 알려준 박준 교수께 감사의 뜻을 표한다.)

사안에서 회사는 액면 5천원 주식 1만주를 액면 5천만원 주식 1주로 병합하고 자본금을 감소하는 결의를 하였다. 주총결의는 원고를 제외한 모든 주주가 찬성하여 발행주식총수의 97%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그 결과 회사에는 416주를 보유한 모회사와 3주를 보유한 소수주주만 남게 되고 나머지 주주는 주주 지위를 상실하였다. 원심은 주식병합은 주주평등원칙,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위배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특히 현행 상법상 소수주식의 강제매수제도가 도입된 이상 소수주주 축출제도의 엄격한 요건을 회피하기 위하여 이와 동일한 효과를 갖는 주식병합 등을 활용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위배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판결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먼저 주주평등원칙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원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단주의 처리 과정에서 주식병합 비율에 미치지 못하는 주식 수를 가진 소수주주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주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지만, 이러한 단주의 처리 방식은 상법에서 명문으로 인정한 주주평등의 원칙의 예외이다(제443조). 따라서 이 사건 주식병합의 결과 주주의 비율적 지위에 변동이 발생하지 않았고, 달리 원고가 그가 가진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한 취급을 받지 못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주주평등원칙의 위반으로 볼 수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금지의 원칙과 관련한 다음 판시이다.

“우리 상법이 2011년 상법 개정을 통해 소수주주 강제매수제도를 도입한 입법취지와 그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엄격한 요건 아래 허용되고 있는 소수주주 축출제도를 회피하기 위하여 탈법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갖는 다른 방식을 활용하는 것은 위법하다. 그러나 소수주식의 강제매수제도는 지배주주에게 법이 인정한 권리로 반드시 지배주주가 이를 행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 상법에서 소수주식의 강제매수제도를 도입하면서 이와 관련하여 주식병합의 목적이나 요건 등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 또한 주식병합을 통해 지배주주가 회사의 지배권을 독점하려면, 단주로 처리된 주식을 소각하거나 지배주주 또는 회사가 단주로 처리된 주식을 취득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주식병합으로 단주로 처리된 주식을 임의로 매도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가 사유를 소명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비송사건절차법 제83조), 이 때 단주 금액의 적정성에 대한 판단도 이루어지므로 주식가격에 대해 법원의 결정을 받는다는 점은 소수주식의 강제매수제도와 유사하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주식병합으로 소수주주가 주주의 지위를 상실했다 할지라도 그 자체로 위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는 주주총회 참석주주의 99.99% 찬성(발행주식총수의 97% 찬성)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회사의 결정은 지배주주 뿐만 아니라 소수주주의 대다수가 찬성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고, 이와 같은 회사의 단체법적 행위에 현저한 불공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해당 주주총회의 안건 설명에서 단주의 보상금액이 1주당 5,000원이라고 제시되었고,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대다수의 소수주주가 이 사건 주식병합 및 자본금감소를 찬성하였기에 단주의 보상금액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지급한 불공정한 가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판결로 분명해진 것은 이제 주식병합의 효력을 주주평등의 원칙을 가지고 다투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은 적용가능성이 부정된 것은 아니지만 적용될 여지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주식병합을 소수주주 축출목적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를 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결의가 주주총회 참석주주의 99.99% 찬성(발행주식총수의 97% 찬성)으로 통과된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남은 의문은 과연 그 정도의 압도적 찬성을 받지 못한 주식병합의 경우에도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 만약 효력을 부인한다면 그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일지 등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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