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를 피하고자 하는 거래주체들이 경제적 실질은 유지하면서도 규제의 문언에는 벗어나도록 거래의 형식을 변경하는 일은 어디서나 흔한 현상이다. 오늘은 이 문제를 규제차익행위(regulatory arbitrage)란 개념으로 파악하여 그에 대한 법률적 대처의 문제를 다룬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Katja Langenbucher, Regulatory Arbitrage: What’s Law Got To Do With It?, Accounting, Economics, and Law: A Convivium (2020).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회사법, 자본시장법을 가르치는 교수인 저자는 학회에서 몇 차례 마주친 적이 있는데 유창한 영어로 명쾌하게 발표하던 모습에 매료되었다. 독일에서는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하여 국제학계에서도 활동이 많은 중견여성학자이다.
이 논문은 규제차익행위를 법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1장에서는 먼저 규제차익행위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규제차익행위의 장단점에 대해서 논하는 대신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것을 억제하는 수단으로서의 법의 역할에 대해서 초점을 맞춘다. 2장에서는 논의의 구체성을 위해서 차액결제형 파생상품을 이용한 규제차익행위를 예로 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보고의무를 회피하는 사례에 초점을 맞춘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얼마 전 삼성물산과 엘리엇 사이의 분쟁에서 크게 부각된 적이 있는 문제라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 대부분에서는 보고의무자의 지분을 계산할 때 “보유”개념을 폭넓게 규정함으로써 규제회피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런데 당사자가 현물결제를 요구할 권리가 없는 차액결제형 파생상품(우리나라에서는 TRS가 많이 사용됨)이 이용되는 경우에는 조문의 해석상 보유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파생상품거래의 상대방인 은행은 차액결제거래의 경우에도 헤지를 위해서 주식현물을 보유하고 당사자의 현물인도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법적 의무가 없더라도 그에 응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한다. 따라서 규제와 현실사이에는 불일치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규제차익행위가 시도될 여지가 있다. 그런데 EU와 미국는 모두 규제자체에 이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문언을 포함하고 있지만 양자의 접근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EU의 경우에는 현물결제의 경우와 경제적 효과가 “유사한” 경우에는 차액결제의 경우에도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본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는 실질적 소유(beneficial ownership)를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보고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계획이나 장치(a plan or scheme to evade the reporting requirements)에 의하여 실질적 소유의 발생을 막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실질적 소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 저자는 양자의 차이는 EU의 경우에는 단순히 효과의 유사성만을 보는 것인데 반하여 미국의 경우에는 보고의무를 회피할 주관적 의도를 증명해야하기 때문에 실질적 소유를 인정하기가 보다 어렵다고 지적한다.
3장에서는 다시 규제차익행위에 관한 일반론으로 돌아와 그것을 법적으로 규율할 때 고려할 기본적인 논점을 일반론의 차원에서 논한다. 특히 규제를 위해 채택하는 개념의 구체성의 정도에 따라 규제적용의 예측가능성(내지 법적안정성)과 실효성의 대립관계가 변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