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법학계에는 뛰어난 학자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Harvard Law School의 Lucian Bebchuk의 위상은 가히 독보적이다. 놀라운 것은 그가 이스라엘에서 학부를 졸업한 외국인으로서 회사법학계의 정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동년배의 외국유학생으로 Harvard LLM과정에 몸을 담았던 나로서는 그의 성취에 부러움을 넘어 그저 경이로움을 느낄 뿐이다. 오늘은 그의 다방면에 걸친 눈부신 학문적 업적을 조망한 글을 소개한다. Kobi Kastiel, Lucian Bebchuk and the Study of Corporate Governance, 88 University of Chicago Law Review (forthcoming 2021). 저자는 그의 이스라엘 출신 제자로 함께 발표한 논문도 여럿 있는 젊은 학자이다.
이 글은 Bebchuk의 학문적 업적을 소개하는 I장과 그 영향을 살펴보는 II장으로 구성된다. 학문적 업적에 관한 I장은 그 업적의 범위, 연구방법, 특성에 관해서 설명한다. 먼저 그의 업적은 지난 40년간 회사법학계의 논의에서 중심적 지위를 차지했던 주제들을 망라하고 있다. 제목만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경영진통제와 주주의 권한
-경영진의 참호구축으로 발생하는 비용
-경영자보수
-경영자의 단기주의
-기관투자자의 감시와 행동주의
-지배주주(특히 지배소수주주)
-기업인수
-기업도산
-주회사법사이의 경쟁
-회사법과 사적자치
-회사의 정치헌금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이러한 광범위한 주제들을 그는 인센티브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동시에 자신의 견해를 실증연구를 통해서 뒷받침한다. 그는 자신의 경제학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서 경제학계의 연구성과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뿐 아니라 때로는 스스로 실증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II장은 Bebchuk이 이러한 업적을 통해서 다방면으로 미친 영향을 서술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가 여러 방면에서 회사법담론의 형성을 주도하였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회사법분야에서 가장 인용빈도가 높은 학자일 뿐 아니라 그의 논문은 반론을 포함한 수많은 후속논의를 촉발하였다. 그가 회사법연구에 경제학적 시각을 폭넓게 활용하였다는 점은 앞서 언급하였지만 그는 유명 경제학저널에도 여러 차례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후진양성에도 열심이어서 그의 지도를 받은 학생들 중에 학계에 진출한 자가 40명을 넘는다고 한다. 그의 영향력은 학계를 넘어 법조계, 그리고 심지어 경제계에까지 미치고 있다. 그는 특히 정책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에도 적극적인데 최근에는 단순히 대안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행동에도 나서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예로는 시차임기제에 대한 반대운동과 그가 주도하여 Harvard Law School에 창설한 임상클리닉인 주주권 프로젝트(Shareholder Rights Project)를 들 수 있다.
이 글은 Bebchuk의 비범함을 보여줄 뿐 아니라 독자들이 지난 40년간 미국 회사법학계의 관심을 끌었던 다양한 주제들과 현재 주류적 연구방법으로 정착된 법경제학의 위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Bebchuk이 수많은 미국학자들과 겨룬 끝에 학계의 정상에 서게 된 것은 그의 남다른 재능과 노력의 결과라고 하겠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그가 “말”이 중요한 법학분야에서 대성한 것은 때마침 밀려온 법경제학의 파도에 올라탈 수 있었던 운도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끝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젊은 외국유학생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선뜻 자신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인 미국 대학의 안목과 개방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