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시야를 넓혀서 회사의 발전과 근대국가 사이의 관계에 관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Taisu Zhang & John Morley, The Modern State and the Rise of the Business Corporation, Yale Law Journal(2022 forthcoming). 공저자 중 Morley교수는 투자펀드법 전문가로 이미 이 블로그에서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다(예컨대 2021.5.14.자). Zhang교수는 중국법분야에서 촉망받는 젊은 학자로 중국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오래 전부터 주목하고 있었지만 연구분야가 주로 중국법제사에 치우쳤기 때문에 이 블로그에서 커버할 날이 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서로 공통분모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이 어떻게 이런 논문을 같이 쓰게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두 사람이 모두 Yale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볼 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회사의 역사는 17세기 초 영국과 네델란드의 동인도회사에서 그 기원을 찾는 것이 보통이다.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여 공동사업을 영위하는 수단으로서의 회사가 그 시점에 등장한 이유를 회사에 대한 수요의 측면에서 파악하여 방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공동사업의 가능성이 그 시점에서 출현했다고 본 것이다. 그런 사업의 전형적인 예로는 장거리교역을 든다. (회사의 기원을 장거리교역에서 찾는 최근의 문헌으로 Ron Harris, Going the Distance(Princeton 2020)) 한편 저자들은 회사의 기원을 공급의 측면에서 파악하여 근대국가의 출현이 회사의 확산을 뒷받침했다고 주장한다. 회사의 핵심적인 속성인 법인격에 의한 재산분리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적, 행정적, 경제적으로 역량을 갖춘 근대국가의 존재가 필수적이란 것이다. 저자들은 특히 서로 관계가 없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으려면 이들에 대한 평등한 대우(uniformity)가 확보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근대국가만이 담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논문은 크게 자신들의 이론을 설명하는 I장과 그 이론을 6가지 역사적 사례를 통해서 검증하는 II장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청나라 말기, 19세기 오트만제국, 근대 영국, 근대 미국, 고대 로마와 중세 이태리도시국가의 사례를 살펴본다. 6개의 사례 중에서는 Zhang교수가 중국법제사 전문가인 탓인지 중국에 대한 사례가 가장 긴 편이다. 저자들은 중국에서는 이미 당송시대에 대규모 사적 교역이 출현하였으나 회사제도가 출현하지 못했고 20세기 초에 청나라 정부가 회사에 관한 법규를 도입하였으나 그것을 실행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회사제도가 활용되지 않았고 1929년 국민당정부가 회사법을 제정한 이후 비로소 회사설립이 확산되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