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sponsored ADR 투자자가 외국회사를 상대로 미국에서 제기한 증권집단소송에 관한 최근 판례

외국회사가 미국에서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ADR의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의 신청으로 예탁기관이 발행하는 이른바 sponsored ADR인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나 ADR은 회사의 신청 없이 발행하는 경우, 즉 unsponsored ADR도 존재한다. 이 경우 외국회사는 본의 아니게 자사 주식(보다 정확하게는 ADR)이 미국 내에서 거래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지난 1월 미국 연방법원은 나아가 그런 외국회사가 미국에서 증권집단소송의 피고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과거 미국 연방증권법의 역외적용은 외국기업에게는 공포와 불만의 대상이었다. 이런 우려를 다소 불식시킨 것이 2010년 연방대법원의 Morrison v. National Australia Bank Ltd., 561 U.S. 247 (2010)판결이다. Morrison판결에서 대법원은 34년법 10(b)조와 규칙 10b-5가 미국 거래소에 상장된 증권의 거래나 미국에서 행해진 증권거래(이하 “국내거래”)에만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이른바 “거래기준”). 그 후 제2항소법원은 국내거래에는 미국 거래소에서의 거래 외에 미국에서 권리가 이전되었거나 투자자가 미국 내에서 철회불능의 계약상책임(irrevocable liability)을 지게 된 경우를 포함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철회불능의 책임기준). Absolute Activist Value Master Fund Ltd. v. Ficeto, 677 F.3d 60, 67 (2d Cir. 2012).

이 글에서 소개하는 판례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일본회사 토시바를 상대로 한 증권집단소송사건에서 나온 결정이다. 원고집단은 미국의 토시바 주식 투자자들로 ➀ unsponsored ADR을 미국 장외에서 취득한 투자자, ➁토시바주식을 미국에서 취득한 투자자(이른바 F-share의 경우), ➂토시바주식을 일본 내 거래소에서 취득한 투자자를 모두 포함한다. ➁와 ➂에 관한 문제도 흥미롭지만 결정은 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 글에서도 ➀만 소개하기로 한다.

사안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2015년 5월 토시바의 대규모 회계분식이 발각되어 주가가 40%이상 하락하자 미국 투자자들은 바로 토시바에 대해서 규칙 10b-5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토시바는 Morrison판결을 근거로 각하신청을 했다. 토시바는 연방법은 국내거래에만 되는데 문제된 unsponsored ADR의 경우 국내거래에 관여한 것은 토시바가 아니라 예탁기관인 은행이라고 주장했다. 지방법원은 토시바의 주장을 받아들여 각하신청을 인용하며 직접 ADR을 발행하지 않은 회사가 사기로 제소되는 것은 Morrison판결의 취지상 적절치 않다고 판시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에서 증권이 판매되지 않도록 애쓴 회사도 미국에서 자신과 무관하게 일어난 거래 때문에 책임을 지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제9항소법원은 이런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방법원 결정을 파기환송하였다. 법원은 위 철회불능의 책임기준에 따라 증권거래에 대한 철회불능의 책임이 국내에서 발생한 경우에는 국내거래가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토시바가 그 거래에 대한 책임을 질 정도로 관여했는지 문제는 증권사기가 문제의 증권거래와 “관련하여”(in connection with“ 행해졌는지의 요건에 대한 판단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원고의 소장이 이런 판단을 하기에 불충분하지만 그것이 치유가능하므로 소장 보정을 허용하라며 파기환송하였다.

지난 1월에 나온 것은 바로 이 환송심의 결정이다. 원고가 보정한 소장에 대해서 토시바가 다시 각하신청을 하자 법원은 여러 사정을 이유로 ➀당사자들의 철회불능의 책임이 국내거래에서 발생했으며, ➁토시바가 ADR발행에 관여했음을 인정할만한 사실을 충분히 기재하였다고 판시하며 토시바의 각하신청을 기각하였다. 외국회사의 관점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➁의 판단이다. 법원은 여러 가지 사정을 들어 unsponsored ADR의 경우에도 토시바의 “관여”요건이 인정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데 특히 주목할 것은 토시바의 “개연성 있는 동의”(plausible consent)이다. 법원은 예탁기관이 당시 토시바의 최대주주로서 대량의 주식을 거래소에서 취득하는데 토시바의 관여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결정은 본안판결이 아니므로 사안에 대해서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것이지만 일단 미국에서의 증권법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외국기업으로서는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지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인터넷에는 이 판결에 대한 여러 포스트가 있지만 하바드사이트만을 첨부하기로 한다. https://corpgov.law.harvard.edu/2020/03/12/the-toshiba-securities-litigation-perils-for-foreign-issuers/#more-127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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