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위법을 이유로 벌금이나 과징금이 부과되는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제재금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회사의 내부통제 내지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작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회사의 입찰담합을 이유로 부과된 과징금에 대해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판결(대법원 2022.5.12. 2021다279347판결)도 등장한 바 있다. 마침 상사법무 최신호에 그와 관련된 논문이 실렸기에 그것을 소개한다. 浜田道代, カルテル課徴金の役員への転嫁に関する一考察 ─世紀東急工業株主代表訴訟事件を契機として─, 상사법무 2319호(2023.2.25.) 4면. 저자인 하마다교수는 70대 후반의 저명한 여성 상법학자로 나고야(名古屋)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1974년 발간한 “아메리카 폐쇄회사법”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글을 통해서 이름만 알고 있던 그를 1990년대 일본의 학회에서 마주쳤지만 아쉽게도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다. 다만 일본 여성치고는 목소리도 크고 태도도 활달했다는 인상만 남아 있다. 그는 늘 독창적이면서도 다소 과감한 견해를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글도 그런 측면이 있다. 저자는 회사가 지급한 제재금을 이사와 같은 임원에 (전면적으로) 전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저자의 이런 견해는 일본의 통설, 판례에 반대되는 것이다.
논문은 서론을 포함해서 9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서론에 이은 2장에서는 2022년3월28월 동경지방재판소가 선고한 世紀東急工業 주주대표소송사건판결을 소개한다. 가격카르텔을 행했다는 이유로 회사에 과징금이 부과되자 외국투자자가 이사들을 상대로 법령준수의무,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동경지방재판소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사안이다. 종전의 재판례에 관한 3장에서는 제재금의 이사에 대한 전가를 인정한 판례 3건과 부정한 판례 1건을 소개한다. 4장에서는 국내에서도 알려진 다이와은행사건과 같이 이사의 대규모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례에 대한 상법학자 및 형법학자의 비판을 살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설판례는 여전히 이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고수하는 이유를 일반적으로 그런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이 기업의 컴플라이언스체제의 강화에 기여한다는 일반의 인식에서 찾고 있다. 또한 그런 대표소송이 대부분 피고이사들이 적당한 금액을 지급하는 선의 화해로 종결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5장에서는 금융상품거래법상의 과징금도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에 포함시키는 최근의 판례를 검토한다.
6장에서는 이처럼 카르텔 과징금의 전가를 용인하는 판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저자는 그것이 과잉제재라는 점을 든다. 사회운동 차원에서 대표소송을 제기한 주주는 적당한 선에서 화해를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원고주주가 배상금을 전액 받아내고자 하는 경우에는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같은 제재금이라도 이사에 부담시키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경우와 금융상품거래법을 위반한 경우가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설득력에는 의문이 있다. 또한 저자는 D&O보험과의 관련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지적을 하고 있다. D&O보험은 원고주주의 손해액 회복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제소인센티브를 높이는 효과가 있는 반면에 과징금제도의 위반행위억지기능과 부당이득박탈기능을 훼손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7장에서는 과잉제재를 억지하기 위한 다양한 법해석의 가능성에 대해서 검토한다. 8장에서는 제재금 전가를 부정하는 대신 회사의 신용훼손에 따른 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손해배상책임을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하자고 주장한다. 결론을 겸한 9장에서는 위법행위억지기능을 주주의 대표소송에 맡기기 보다는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련임직원의 개별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이러한 저자의 견해와 정반대로 Bainbridge교수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벌금을 회사에 부과하는 대신 위법을 저지른 임원에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