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거래는 체결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보통이다. 거래비용은 매도자에게도 발생하지만 주로 문제되는 것은 매수자의 경우이다. 매수자는 대상기업을 찾는 비용은 물론이고 투자은행, 변호사, 회계법인 등에 대한 보수도 부담해야 한다. 이런 거래비용 때문에 매수인은 거래성사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는 거래 교섭에 나서기를 주저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M&A거래에서는 매수인을 유인하기 위해서 계약 체결 시에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의 위험을 보상하거나 거래의 성사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항(거래보호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다.
거래보호조항의 효력에 관한 리딩 케이스는 델라웨어주 대법원의 Omnicare판결(818 A.2d 914 (Del. 2003))이다. Omnicare판결에서 법원은 인수를 원하는 경쟁자를 배제하는 효과를 가진 거래보호조항, 즉 “절대적인 lock-up”은 이사의 신인의무에 반하여 무효라고 선언하고 이사회가 제3자로부터 우월한 조건의 제안이 있는 경우에는 거래보호조항의 구속에서 벗어나 당해 M&A계약을 해제하는 것을 허용하는 이른바 fiduciary-out조항을 도입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 이후 M&A거래에서는 fiduciary-out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다. Omnicare판결과 fiduciary-out조항은 이미 일찍부터 국내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대표적으로 김병태 외, M&A계약상 Fiduciary-Out조항에 관한 연구, BFL 제20호(2006.11) 34면 이하). 나는 오래동안 개인적으로 이처럼 이사의 신인의무를 근거로 거래보호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마침 최근에 Omnicare판결의 결론을 비판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재검토하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어 그것을 소개한다. Guy Firer & Adi Libson, Out with Fiduciary Out?, J. Corp. L. (Forthcoming 2023).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논문의 본문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Omnicare판결과 그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이 후속판결들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설명한다. 대법원은 Omnicare판결의 사안에서 문제된 lock-up이 경쟁자들을 배제하는 효과를 지닌다는 점에서 경영권방어수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Unocal기준을 적용하였다. 대법원은 절대적 lock-up은 Unocal기준의 두 번째 요소, 즉 방어수단이 “위험에 비하여 합리적일 것”이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효라고 보았다. 반면 반대의견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거래의 확실성이 핵심적이고 그러한 확실성 없이는 아무런 거래도 체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그러한 lock-up을 부여한 이사회의 결정이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보고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후속판결들은 Omnicare판결을 번복하지는 않았지만 그 예외의 적용범위를 넓혔다.
II장에서는 Omnicare판결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제시된 다른 근거들을 검토하고 그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보다 핵심적인 것은 저자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 III장이다. 저자는 Omnicare판결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를 이사회에 대한 감독(monitoring)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fiduciary-out조항이 없는 계약은 보다 유리한 조건의 제안을 받을 가능성을 봉쇄하기 때문에 이사회 기능을 감독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시장에 의한 감독의 여지가 없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사들은 특히 회사의 매각과 같은 “최종 게임”(end-game) 결정에서는 주주이익보다 자신의 사익을 앞세울 위험이 높은데 이러한 기회주의적 행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시장에서 보다 높은 가격의 제안을 받는 길을 열어두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끝으로 IV장에서는 저자의 견해에 따른 정책적 함의를 논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감독”중심논리에 따르면 예외적으로 주주와 이사들 사이에 이익충돌이 전혀 없는 경우, 즉 이사나 경영자가 매각 후의 회사에 아무런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 경우에는 시장에 의한 감독이 불필요할 것이므로 fiduciary-out조항을 수반하지 않는 lock-up도 허용될 여지가 있음을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