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억압법리와 계약법리

영미회사법상 다수주주의 권한남용으로부터 소수주주를 보호하는데 활용되는 구제수단으로 shareholder oppression(주주억압) remedy 내지 unfair prejudice remedy란 것이 있다. 학계의 초년병 시절 당시 취약한 우리의 주주보호법제를 개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잠시 들여다 본 적이 있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폐쇄회사에서의 주주간분쟁에 특화된 법리로 법원의 적극적인 관여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여건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미의 폐쇄회사법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법리이다. 오늘은 그에 관한 최신 문헌을 소개한다. Benjamin Means & Douglas K. Moll, Against Contractual Formalism in Shareholder Oppression Law, UC Davis Law Review, Vol. 57, 2024. 저자들은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로스쿨과 휴스턴대학 로스쿨에 재직하는 중견교수이다.

저자들은 주주억압법리를 계약과 신인의무사이의 중간에서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실용적인 구제수단으로 파악한다. 폐쇄회사에 투자하는 주주라면 계약적인 수단을 통해서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러 이유로 그러한 계약상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신인의무에 의한 보호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 통제대상인 경영자 행동의 범위가 좁다는 점에서 소수주주의 기대를 보호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논문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소수주주의 보호수단으로서의 주주억압법리의 형성에 관해서 살펴본다. II장에서는 주주억압법리의 핵심을 이루는 “합리적기대기준”(reasonable expectation standard)에 대해서 검토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주주억압법리는 소수주주와 다수주주 사이에 존재하는 경제적, 사회적, 가족적 관계를 토대로 소수주주가 갖는 합리적기대를 보호하는 법리이다. 합리적기대가 주주들사이의 관계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계약적 성격을 갖는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저자들은 주주억압법리를 신인의무와 마찬가지로 해석하는 일부 판례에 대해서 적용범위가 너무 좁다는 이유로 비판한다. III장에서 저자들은 주주억압법리를 계약적 형식주의(contractual formalism)에 따라 해석하는 최근의 일부 판례의 태도를 비판한다. 계약적 형식주의란 소수주주들이 투자할 당시에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장치를 채택할 기회를 가졌으므로 계약상 명시적인 보호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다수주주의 결정에 동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사고를 가리킨다. 저자들은 주주억압법리는 원래 계약에 의한 보호장치가 미흡한 경우에 소수주주를 보호하는 실용적인 수단으로 발전된 것인데 이처럼 형식주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에는 그 기능을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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