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법분야에서의 논의도 일종의 유행을 타는 것 같다. 가장 두드러진 예로는 ESG에 관한 논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훨씬 덜 화려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더 관심이 가는 주제도 적지 않다. 요즘 부쩍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주주의 의결권에 관한 연구이다. 주주의 의결권이 주목을 끌게 된 원인으로는 주식소유의 변화, 특히 기관투자자의 성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주주의 표결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한 최신 논문을 소개하기로 한다. Usha R. Rodrigues, The Hidden Logic of Shareholder Democracy (2024) 저자는 조지아대학 로스쿨에서 회사법과 자본시장법을 가르치는 여성교수이다.
저자는 주주의 표결을 다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II장). ①주주가 회사지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그 의사를 표시하는 자발적 표결(volition vote). 그 예로는 이사를 선임하거나 부속정관(bylaws)을 개정하기 위한 표결을 든다. ②회사의 근본적 변경을 초래하는 결정을 저지할 수 있는 거부권 표결(veto voting). 그 예로는 합병이나 정관변경 등의 조치에 대한 표결을 든다. ①과 ②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전형적인 표결이라고 할 수 있다. ③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경영진에 주주들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권고적 결의(precatory voting). ④이익충돌거래의 공정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화장치로서의 심사적 결의(vetting voting). ④는 특히 Delaware주에서 각광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일본에도 확산되고 있다.
논문에서는 각 유형의 표결과 관련한 변화를 살펴보는데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④의 심사적 결의에 관한 언급이다. 저자는 경영자가 이사회결정에 대한 법원의 간섭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④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④가 결국 경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확산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밖에 저자는 주주표결에 대한 이사회의 간섭에 대해서는 그것이 경영진의 교체와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V장(A)). 평소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김건식, 주주와 이사회 사이의 권한배분 – 주주의 표결에 대한 이사회 간섭을 중심으로 – 상사법연구 제39권 제2호(2020) 1-36면)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주주표결에 대한 이사회 간섭은 그것을 정당화하는 강력한 사유(a compelling justification)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Blasius판결의 기준이 이사선임이 문제된 경우만이 아니라 모든 주주총회결의의 경우에 관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Blasius판결의 기준이 Unocal판결의 하위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현재의 일반적인 견해와 차이가 있는데(2023.7.18.자) 나로서는 저자의 견해가 더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