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라웨어 회사법상으로는 독립적인 이사회의 승인이 이익충돌거래의 정화장치로 작용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수차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이사의 독립성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 과반수 승인의 요건이 충족되는가에 대해서는 별로 논의가 없다. 오늘은 후자의 문제를 다룬 최신 문헌을 소개한다. Andrew Verstein, Majority Rules, Northwestern University Law Review, Forthcoming. 저자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는 UCLA 로스쿨의 교수이다.
저자는 과반수 승인요건의 의미가 일응 분명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해석에 관해서는 상당한 혼란이 존재함을 지적하며 “독립적인 과반수”(disinterested majority)의 해석에 관해서 이론적으로 분석한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논문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은 독립성의 정의와 아울러 “독립적인 과반수”가 문제되는 4가지 상황을 설명한다. ①이익충돌거래의 유효요건, ②이익충돌거래에 대한 심사기준(standard of review)의 결정, ③이사회에 대한 제소청구의 무익성(demand futility), ④이사회에 의한 제소기간의 도과여부. 우리의 관점에서 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①과 ②라고 할 수 있고 앞서 언급한 독립이사 과반수 승인이란 정화장치는 ②의 맥락에서 문제된다.
II장은 과반수를 산정하는 방법에 관한 세 가지의 상이한 견해를 제시한다. Ⓐ는 찬성독립이사 수/이사 수, Ⓑ는 찬성독립이사 수/독립이사 수, Ⓒ는 독립이사 수/이사 수. 상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와 Ⓑ라고 할 것이다.
III장에서는 같은 법원이 비슷한 사실관계에서 이처럼 다른 견해를 채택하는 것을 정당화하는데 동원될 수 있는 세 가지 근거를 검토한 후 그것이 모두 타당성이 없음을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회사법이나 지도적 판례에서는 그러한 다른 견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델라웨어주회사법 144(a)조는 이익충돌거래는 이사회가 “이해관계 없는 이사들의 과반수”(a majority of the disinterested directors)의 찬성으로 승인하면 무효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이는 문언상으로는 Ⓑ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그것을 Ⓑ의 근거로 삼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144(a)조는 이익충돌거래의 일부만을 대상으로 할 뿐 아니라 유효여부만을 다루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판례는 ②의 심사기준과 관련해서는 Ⓐ의 견해를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둘째, 이사회에 대한 우호도에 따라 다른 견해를 채택하는 것도 불가능함을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보여준다. 셋째, 과반수의 산정에 관한 견해의 차이는 단순히 학술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도 의미가 있다.
IV장에서는 과반수 산정에 관한 견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논리를 제시한다. 저자는 법원이 독립적 결정을 존중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눈다. ①이사의 독립성은 이사회 결정의 질을 담보한다고 볼 수 있다. ②독립적 결정을 존중함으로써 회사가 독립적인 이사의 비중을 높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③법원은 제대로 작동하는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독립적인 이사회는 일응의 기준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러한 세 가지 이유와 위에 소개한 세 가지 견해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며 그 상관관계를 논한다. 이 부분의 논의는 상당히 추상적이어서 조금 이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