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독립성에 대한 재검토

앞선 포스트(2024.5.26.자)에서는 독립이사의 과반수 승인요건에서 과반수에 초점을 맞춘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 오늘은 마침 이사의 독립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논문이 발표되었기에 소개한다. Yaron Nili & Claire Hill, Independence Reconceived (2024) 저자들은 각각 위스컨신대학과 미네소타대학에서 회사법을 가르치고 있는 학자들로 이사의 독립성에 관한 Nili교수의 논문은 2년전 소개한 바 있다(2022.11.12.자).

8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논문의 목적은 이사의 독립성을 보는 기존의 시각을 비판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야심적이다. 저자들은 이사회가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도 기업의 대형 스캔들이나 실패사례가 끊이지 않는 상황의 원인 중 하나를 기존 독립성 개념의 한계에서 찾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독립성 개념은 주로 “경영자와 사이의 관련의 부존재”(absence of ties to management)를 토대로 하는데 이러한 독립성 개념은 이사들이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태도(passivity and deference)를 취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과거에는 경영자의 대리문제와 관련하여 경영자의 나태나 터널링을 중시했으나 최근의 가버넌스실패 사례들은 독립적인 이사회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회사이익을 내세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실패는 이사회가 적극적이면서도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경우에만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독립성의 개념을 그런 관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논문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내부자중심의 이사회가 독립적 이사회로 변화된 과정과 그 변화의 논리와 아울러 독립성의 정의에 대해서 살펴본다. III장에서는 독립적인 이사회가 실제로 어떠한 효과를 갖는지에 관한 연구를 검토한다. 논문의 핵심을 이루는 것은 독립성의 새로운 개념에 대해서 논하는 IV장이라고 할 것이다. IV장에서는 기존의 독립성 개념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개념의 제시를 시도한다. 저자들은 독립성은 이사회의 감독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전제하며 감독의 대상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①전통적인 경영자의 대리비용이 문제되는 상황, ②경영자들은 회사이익에 부합한다고 믿지만 자신들의 사익이 관련된 혼합적 동기의 상황, ③경영자들은 회사이익을 위하여 행동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비판적인 검토와 감독이 필요한 상황. 특히 ③에 이르면 이사회의 감독기능과 자문기능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지는데 그것을 위해서는 경영자들과 무관한 것에 못지 않게 이사들의 전문성이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V장은 독립성 개념의 재구성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들의 견해를 담고 있다. 이 부분의 서술은 추상적이고 시론적인 감이 없지 않지만 그것이 논문의 가치를 크게 손상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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