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회사법

요즘 AI의 기세는 그야말로 욱일승천, 지난 세기말 인터넷이 부상하던 상황을 연상시킬 정도다. 특히 알파고가 이세돌을 연파하고 난 후부터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이 더 이상 허황되게 들리지 않게 되었다. 기민한 이들은 이미 AI가 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글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회사법학자인 Oxford대 Armour교수와 Eidenmueller교수도 그 대열에 합류하고 있어 이젠 회사법도 AI의 물결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기에 접어든 것 같다. 이들이 2019년 발표한 글은 Self-Driving Corporations?이란 fancy한 제목이 붙어있지만 결국은 AI와 회사법에 관한 내용이다. 이 글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첫 부분은 AI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이다. 나 같이 AI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법학자인 이들의 과학지식이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두 번째 부분은 현재 수준의 AI가 기업지배구조와 회사법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고 있고 세 번째 부분은 미래의 AI가 회사법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 “자율주행 회사”란 제목은 미래의 AI에 관한 것이다.

현재의 AI는 인간의 활동을 돕는 기능을 하며 그 기능은 회사운영의 전 부문에서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 AI의 핵심인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저자들은 이제 데이터를 적절히 취득, 관리, 활용하는 이른바 데이터 가버넌스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데이터 가버넌스와 관련하여 이사회에 그것을 위한 소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들은 그 분야에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또한 데이터 가버넌스도 감시의무의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사들은 어느 정도 데이터 가버넌스에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의 AI는 사람이 알고리즘으로 대체되는 시기에 관한 것이다. 이런 시기가 언제 도래할지는 논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가장 먼저 가능해질 것은 이른바 “자율주행 자회사”이다. 현재도 자회사 중에는 그 활동이 극히 제한된 경우가 있는데 그런 회사부터 사람을 AI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자들은 회사에서 사람이 없어지면 결국 회사의 목적을 사전에 설정하는 것이 중요성을 띄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논문은 알고리즘이 잘못되어 외부의 제3자에 손해를 끼칠 위험, 즉 알고리즘 실패의 문제을 어떻게 통제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 상당한 지면을 베풀고 있다. 우선 저자들은 기본적으로 자율주행 회사의 사업목적을 제한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알고리즘 실패에 대해서는 회사가 먼저 책임을 져야하겠지만 회사가 무자력인 경우의 대책으로 강제보험과 주주의 분할책임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처음 이 논문을 대하고는 “이제 AI까지 공부해야 하나”라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실제로 기술에 관한 서술은 나로서는 뜬 구름 잡는 것 같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기업지배구조와 회사법에 대한 AI의 영향을 논하는 부분은 전통적인 개념을 적용하는 문제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과연 AI가 기업지배구자와 회사법에 어느 만큼이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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