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의 경제적 효과

독일의 노동(근로자)이사제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끈 테마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는 그 도입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이미 서울시와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는 산하기관에서 노동이사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부 국책은행에서도 노조가 추천한 이사를 선임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일부 민간기업에서도 이미 수차례 노조에서 이사후보를 추천한 사례가 있지만 주총에서 부결되어 성사되지 못한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는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는 등 노동이사제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진전이 주목된다.

흥미로운 것은 주주우선주의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노동이사 도입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해관계자 이익을 새삼 강조하는 최근의 세계조류와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샌더스나 워렌 등도 노동이사의 선임을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이 모두 낙마하는 바람에 실현되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 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런 시점에 저명한 독일 회사법 학자들이 미국에서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는 것의 당부에 대해서 발표한 논문이 있어 소개한다. Jens Dammann & Horst Eidenmüller, Codetermination: A Poor Fit for U.S. Corporations(2020). 저자인 Damman교수는 미국 로스쿨 교수지만 독일에서 교수자격논문까지 마친 회사법학자이고 Eidenmüller교수는 지금은 Oxford대에 재직 중이지만 그 전에는 뮌헨대 교수였으니 두 사람 모두 이런 논문을 쓸 자격이 충분한 학자들이다. 이들이 이 논문을 쓸 시점에는 샌더스의 후보가능성이 높았을 무렵이었던 것도 이들이 논문을 작성한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짐작된다.

저자들의 결론은 노동이사제는 독일에서와는 달리 미국의 현실에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근거는 미국은 독일에 비하여 공동결정으로부터 얻을 이익이 별로 없는 반면에 비용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두 나라 사이에 다른 효과가 나는 것은 법적, 사회적, 제도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논문에서는 먼저 독일 공동결정의 경제적 영향에 관한 실증연구를 소개하며 생산성, 임금, 주주가치에 대한 영향이 불분명함을 밝히고 있다. 이어서 공동결정의 이익으로 원활한 단체교섭, 종업원들의 이른바 firm-specific투자, 비금전적 이익 등을 들면서 독일에서는 몰라도 미국에서는 그것을 별로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논문은 많은 지면을 공동결정의 비용에 바치고 있다. 독일에서는 공동결정이 감독이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최상위의 업무집행기관인 이사회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비용이 훨씬 더 크다고 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목적이 다른 이사들의 참여가 이사회 기능에 미치는 부작용, 부적절한 노동이사를 해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 도산 시 회사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점, 회사의 과감한 risk-taking이 어려워진다는 점 등을 비용으로 들고 있다.

우리의 법적, 사회적, 제도적 현실은 미국과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지적이 우리에게도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미국과 유사한 점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의 정책논의에도 참고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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