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 최교수는 미시간대 로스쿨에서 계약법과 회사법을 가르치는 한국인학자이다. 부인인 미시간주립대 민지영교수가 옛 제자였던 인연이 있어 친하게 지내고 있다. 경제학박사학위도 있는 최교수는 법경제학적 접근방식을 활용하여 회사법과 계약법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스탠포드의 Triantis교수와는 다수 논문을 함께 발표한 바 있는데 오늘은 최근 발표된 preliminary agreements(예비계약)에 대한 논문을 소개한다.
예비계약은 우리나라에서는 양해각서나 교섭계약이란 이름으로 불리는데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기업인수실무에서 많이 이용되고 있고 그에 관한 논의도 이미 많이 행해진 바 있다. (대표적인 문헌으로 양시경/강은주, M&A거래에서의 양해각서에 관하여, 우호적 M&A의 이론과 실무(천경훈 편 2017) 108면; 이동진, 교섭계약의 규율, 법조 665호(2012.2) 95면) 최교수의 논문은 예비계약에 대한 본격적인 이론적 검토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최교수는 예비계약에 대한 문제를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한다: ➀성실교섭의무(a duty to negotiate in good faith)를 발생시키는지 여부; ➁당사자의 어떤 행위가 불성실에 해당하는지 여부; ➂의무위반 시의 구제수단. 이들 중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➂이다. 미국에서는 이제까지 성실교섭의무 위반 시의 구제수단은 주로 신뢰이익 배상으로 이해되어왔다. 그러나 성실교섭이 있었다면 체결되었을 계약의 구체적인 조건을 원고가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행이익의 배상까지 인정하는 판례도 다수 존재한다. 최교수는 적절한 구제수단을 모색하는 작업의 실마리를 예비계약의 목적에서 찾고 있다. 그는 예비계약의 목적이 ➀당사자가 실사와 같이 거래를 위해서 비용을 지출하는 활동과 같은 거래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는 목적 뿐 아니라 ➁당사자들이 잠정적으로 합의한 구체적인 계약조건이 존중되는 것에 대한 기대를 보호하는 목적도 있다고 주장한다. 즉 예비계약은 최종적인 계약에 이르지 못한 단계에서 그 시점까지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 당사자 사이에 그 구속력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예비계약 불이행 시의 구제수단으로 신뢰이익만 배상한다면 ➀의 목적은 달성하지만 ➁의 목적은 달성할 수 없다. 만약 ➀의 목적만이 중요하다면 구태여 성실교섭의무 같은 막연한 규정을 둘 필요 없이 구체적으로 지출비용에 대한 보상을 규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므로 예비계약의 목적은 ➁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하고 그렇게 보아야 이행이익을 인정하는 판례의 태도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교수의 견해에 의하면 예비계약의 위반이 있는 경우에 얼마만큼의 배상이 인정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다. 최교수는 불확실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자신이 발표한 다른 논문들로 미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에 관한 논의는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국내 M&A에서는 성실교섭의무 위반으로 인한 문제가 대부분 이행보증금의 문제로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학설로는 경우에 따라서는 이행이익 배상을 긍정해야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이행이익은 아주 좁은 경우에만 긍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이동진, 119면). 앞으로 비교법적 연구의 필요가 더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