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라웨어 회사법상 이익충돌거래에 대한 정화장치에 대해서는 이미 5.24자 포스트에서 다룬 바 있다. 당시에는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은 “going private”거래에 관한 Salladay판결을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경우의 “going private”거래가 문제된 In re Dell Technologies Inc. Class V Stockholders Litigation판결을 소개한다. 지난 6.11에 선고된 판결로 Bainbridge교수 블로그에서 언급한 한 로펌 파트너의 포스트가 93페이지에 달하는 긴 Dell판결을 잘 요약하고 있다.
지배주주의 소수주주축출거래에서의 정화장치에 관한 리딩케이스는 보통 MFW라고 불리는 2014년 Kahn v. M & F Worldwide Corp.판결이다. 그에 따르면 그런 거래에 경영판단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➀독립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승인과 ➁소수주주의 과반수 동의(MOM)가 모두 필요하다. MFW판결 이후 델라웨어주법원은 이 요건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내용적으로 보완하는 판결들을 내놓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Dell판결도 그 부류에 속한다. 형평법원은 특별위원회에게 부여된 위임범위가 너무 좁았고 소수주주들이 동의과정에서 부당한 강압(coercion)을 받았다는 이유로 경영판단원칙 적용을 배척하였다.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Dell과 특수관계인이 지배하는 Dell회사는 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그 주주에게 대가의 일부로 그 주요자산의 성과에 수익이 연동된 트래킹주식(V주식)을 발행하였다. V주식이 시장에서 내재가치보다 30%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자 Dell회사는 V주식의 상환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정관규정에 의하면 회사는 V주식을 상환하는 대신 C주식으로 강제전환하는 것도 가능했다. 회사는 상환과 강제전환의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하였다. 상환과 관련해서는 MFW판결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특별위원회를 조직하고 위원회의 승인과 MOM을 상환의 조건으로 삼았다. 그러나 위원회는 상환에 대한 권한만 부여받고 강제전환에 대한 권한은 없었다. 위원회가 승인한 회사의 상환안이 MOM을 얻지 못하자 회사는 일부 중요한 소수주주들과 직접 교섭을 통해서 좀더 높은 가격으로 상환하기로 합의하였다. 위원회는 그 합의가격을 한 시간 정도 검토한 후 승인하였다. 그 상환안이 MOM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주가 제소하였다. 피고들이 경영판단원칙에 따른 소각하를 신청하자 법원은 MFW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entire fairness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신청을 기각하였다. 그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➀위원회에 부여된 권한 범위가 너무 좁았다. MFW판결에 의하면 위원회는 지배주주가 다른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길을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하는데 위원회는 회사의 강제전환에 대해서 권한을 갖지 못했다.
➁회사가 직접 일부 소수주주와 교섭한 것도 잘못이다. 교섭과정에서 주도권을 갖는 것은 특별위원회이고 소수주주들은 교섭결과에 대한 찬반을 표시할 권한만을 갖는다. Bainbridge교수는 이 점을 주목하여 법원이 director primacy를 지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➂회사가 위원회와 일반공중에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강제전환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은 소수주주들에 대한 부당한 강압에 해당한다. 부당한 강압으로 인하여 소수주주들은 거래조건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동의했을 수 있다. 판결에서는 어떠한 경우가 부당한 강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상세한 설시를 담고 있다.
델라웨어 회사법은 親경영자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익충돌거래에 대한 규율은 정화장치 이용의 결과 완화되었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보다는 훨씬 더 엄격한 것 같다. 아마도 그런 엄격성이 다른 한편으로 親경영자적 태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일 것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