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9자 포스트에 이어 다시 미국 회사법상 주주의 장부열람권에 관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Roy Shapira, Corporate Law, Retooled: How Books and Records Revamped Judicial Oversight, Cardozo Law Review, Vol. 42, forthcoming (2020)
미국에서는 이른바 증거개시(discovery)제도가 발달되어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회계장부열람권에 상당하는 장부열람권에 대한 수요는 우리 보다 적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난 번 포스트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에서는 그 권리가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저자는 그 이유를 의회와 법원이 소송폭증에 대처하기 위해서 요건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주주가 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장부열람권을 제소 전 증거확보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법원이 너그럽게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장부열람권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이 논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있다. 1장은 장부열람권 행사가 증가한 이유를 조망한다. 2장은 이런 현상이 정책적 관점에서 바람직한 것인지 검토한다. 3장은 이처럼 장부열람권에 의존하는 현상이 지속가능한 것인지를 따져본다.
1장에서는 장부열람권의 이용이 증가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의회가 소답(pleading)요건을 강화함에 따라 원고주주는 소 각하를 면하기 위해서는 제소 전에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야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3가지 유형의 소송, 즉 증권소송, 주주대표소송, M&A관련소송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M&A관련소송과 관련해서 특히 주주승인이 있으면 소수주주축출거래를 경영판단으로 보호함으로써 주주의 소송 여지를 봉쇄한 Corwin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원고주주가 Corwin판결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주주가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인데 그것을 위해서는 당시 회사사정에 대한 정보를 장부열람을 통해서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런 주주의 수요에 따라 장부열람청구를 너그럽게 허용하고 있다. 법원은 정당한 목적도 넓게 인정하지만 특히 회사가 제공할 정보의 범위를 특히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사회 의사록 같은 공식 문서 뿐 아니라 이사들 간의 사적인 SNS메시지까지도 포함시키고 있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2장에서는 장부열람에 관한 현재의 실무가 비용효과면에서 타당한 것인지를 살펴본 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➀장부열람권은 바람직한 소송이 과도하게 배제되는 위험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➁장부열람권은 위법행위의 억지 뿐 아니라 시장에서 명성을 해치는 행위의 억지에도 기여한다. ➂델라웨어법원은 비용을 억제하면서도 원고의 감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제공되는 정보의 양과 범위를 효과적으로 미세조정해왔다.
3장에서는 제소 전 정보확보의 후퇴가능성과 그에 대한 대책을 논한다.
결론에서 저자는 장부열람권이 제소 전 단계에서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회사의 위법을 감시하고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이어서 저자는 회사법의 사망이나 델라웨어주 법원의 영향력감퇴(4.2자 포스트) 같은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번 논문은 외국법의 어떤 제도를 평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특정 제도가 현재의 모습으로 형성되고 해석되는 것의 배후에는 다양한 여건이 작용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는 비교법연구의 기본자세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하는 논문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