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에 대한 무지와 자본시장법

오늘은 2019년 Top10 논문 중에서 한 편을 소개한다: Lisa M. Fairfax, “The Securities Law Implications of Financial Illiteracy,” 104 Virginia Law Review 1065 (2018)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논문은 SSRN에서 찾을 수 없었다.) 금융에 대한 투자자의 무지가 자본시장법에 대해서 갖는 함의를 탐구한 논문이다.

논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실증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자는 금융에 무지하다. 이는 미국 증권규제에 큰 과제를 제공한다. 증권규제는 투자자에 대한 정보공시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투자자가 정보를 소화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투자자의 무지는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두 가지 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➀무지가 문제되는 것은 증권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일반투자자에 한정된다. ➁정보공시는 전문성 있는 기관투자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기관투자자들의 결정이 일반투자자에게 신호를 주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전제는 모두 잘못된 것이다. 금융에 대한 무지는 간접투자를 하는 일반투자자에게도 문제가 된다. 또한 여러 증거에 비추어 기관투자자들의 전문성을 전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일 뿐 아니라 이들이 일반투자자들에게 신호를 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무지의 문제를 전문투자자를 통해서 대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껏 투자자교육에 공을 들여왔지만 금융에 대한 무지가 여전히 계속되는 것을 보면 교육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런 판단에 기초하여 저자는 몇 가지 제안을 내놓고 있다.

➀연구자들의 관심: 이 문제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➁투자자교육의 재검토: 교육의 무용성을 주장하는 견해도 있으나 교육을 지속하되 투자자의 사정을 감안하여 특화된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➂공시의 재검토: 투자자 무지를 이유로 공시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공시의 효용을 살리기 위해서도 금융에 관한 교육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➃투자상담인력에 대한 관심: 투자상담인력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서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이 상담인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고 상담사의 이익충돌을 배제하여 객관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➄주주권 행사와의 관련: 투자자의 무지는 주주권한을 확대하는 최근의 경향과 모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는데 주주권한의 확대가 논의되는 사항은 금융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경우가 적으므로 양자가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이 논문이 다루는 금융에 대한 투자자의 무지는 분명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보호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현상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우리에게도 공통되는 것이므로 미국에서의 논의는 우리에게도 참고가 된다. 아쉬운 것은 이 논문에서도 뾰족한 개선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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