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상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 특히 증권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행하는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를 정상적인 거래와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어려움은 미국에도 존재한다. 오늘은 이 문제에 관한 비교적 최근의 본격적인 논문을 소개한다. Gina-Gail S. Fletcher, Legitimate Yet Manipulative: The Conundrum of Open-Market Manipulation, 68 Duke Law Journal 479 (2018) 제목에서 “open-market manipulation”은 부실표시나 위장거래와 같은 사기적 요소가 없는 외견상 합법적인 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을 말하며 우리 학계에서 말하는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과 큰 차이가 없다.
저자에 의하면 SEC는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과 정상거래는 시세조종의도가 있는지에 따라 구별하는데 일부 판례는 주관적의도만으로는 시세조종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양자를 주관적의도만으로 구별하는 것을 비판하고 자기 나름의 구별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외견상 합법적인 거래라도 시장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전제하고 현실거래 중에서 시장에 해악을 끼치는 경우만을 시세조종에 해당한다고 본다. 저자는 시장에 대한 해악을 ➀시장의 효율성(efficiency)을 침해하거나 ➁시장의 온전성(integrity)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➀시장의 효율성은 시장에서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왜곡되지 않은(undistorted)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을 의미한다. 외견상 합법적인 거래를 통해서도 가격은 인위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 가격의 왜곡이 인정되는 경우로는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하지 않고 결정되거나 자산의 역사적, 기대가치에서 괴리된 경우 등을 든다. 그리고 시장가격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는 시장상황으로는 (1)시장지배(market domination), (2)시장변동성(market volatility), (3)시장유동성결여(market illiquidity)를 들고 있다.
➁시장의 온전성은 시장에서의 이익이 참여자의 노력, 능력 또는 행운과 같은 공정한 요소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와 관련이 있다. 저자는 시장의 공정성은 적어도 “부의 부당한 이전”(unjust transfer of wealth)을 허용해서는 아니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어느 시장참여자가 상대방의 성공가능성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경우에는 시장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시세조종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이런 가능성은 특히 저자가 말하는 covered manipulation, 즉 동시에 존재하는 파생상품거래와 같은 다른 거래에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시세조종을 시도하는 경우에 특히 타당하다. 저자는 naked manipulation, 즉 시세조종거래자체에서 이익을 획득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계약관계에 선 상대방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시장의 효율성을 해친 경우에만 시세조종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Fischel과 Ross교수는 30년 전 발표한 유명한 논문에서 시세조종은 정상거래와 구별도 어렵고 실제로 시장에서 이익을 얻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구태여 법으로 처벌한 필요도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시세조종은 행위자가 손해를 보는 경우에도 시장의 효율성과 온전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규제의 필요가 있다고 반박한다.
끝으로 저자는 몇 가지 개선안을 제시하고 그 장단점을 서술하고 있다.
사실 우리 법상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에 관한 규제는 혼란스런 부분이 없지 않다. 이 논문은 앞으로 우리가 규제를 개선할 때 유익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추기 2021.2.1] 비슷한 시기에 나온 문헌으로 Merritt B. Fox, Lawrence R. Glosten & Gabriel Rauterberg, Stock Market Manipulation and Its Regulation, 35 YALE J. ON REG. 67(2018)이 있지만 좀 더 복잡한 체계를 택하고 있어 이해가 쉽지 않다(지난 4.25자 포스트에서 소개한 The New Stock Market: Law, Economics, and Policy (2019 Columbia University Press) by Merritt B. Fox, Lawrence R. Glosten, and Gabriel V. Rauterberg에 포함되어 있다) 한편 학생논문이긴 하지만 최신 문헌으로는 Joseph Zabel, Rethinking Open- and Cross-Market Manipulation Enforcement (2020)이 참고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