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그림자”(shadow) 내부자거래

오늘은 이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UCLA로스쿨 Bainbridge교수의 짤막한 글 한편을 소개한다. Stephen M. Bainbridge, SEC TAKES A CRACK AT EXPANDING MISAPPROPRIATION THEORY TO “SHADOW” INSIDER TRADING, WLF Legal Pulse (September 7, 2021). 글의 주제는 이른바 “그림자” 내부자거래이다. 최근 SEC는 Medivation이란 제약회사(M)의 前직원인 X를 내부자거래 혐의로 제재하기 위한 절차를 개시하였다. 문제가 된 행위는 굴지의 제약회사인 Pfizer(P)가 M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기 전에 X가 M과 유사한 제약회사인 I사의 주식에 대한 콜옵션을 매입한 것이었다. 만약 X가 M사 주식을 거래하였다면 전형적인 내부자거래에 해당할 것이고 P사 주식을 거래하였다면 이른바 부정유용이론(misappropriation theory)에 따라 내부자거래의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사안에서는 X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I사 주식을 거래한 것이 어떻게 내부자거래에 해당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SEC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즉 P사가 M사를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하기로 함으로써 M사와 비슷한 처지의 I사의 주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았고 실제로 P사의 M사 인수 발표 후 I사 주가가 약 8% 상승하였다. X가 P사의 M사 인수 발표 전에 I사 증권을 매수한 것은 전문가들이 그림자거래라고 부르던 것으로서 그것의 불법성에 관해서는 논의가 있었지만 SEC가 조치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저자는 내부자거래에 관한 이론인 동등한 접근설, 신인의무설, 부정유용설 등을 언급하며 연방대법원이 Chiarella판결에서 동등한 접근설을 배척하고 신인의무설을 취함으로써 내부자거래의 적용범위를 축소하였으나 후일 O‘Hagan판결에서 채택한 부정유용설을 통해서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부정유용설에 의하여 뒷받침하는 사기는 거래상대방이 아니라 정보의 소스에 대한 사기로 증권거래소법 §10(b)가 요구하는 증권매매와의 관련성을 충족할 수 없다고 본다. 저자는 부정유용설은 내부자거래의 범위를 과도하게 확장할 위험이 있는데 바로 위의 사례야말로 그런 위험이 현실화된 경우라고 주장한다. O’Hagan판결에서 문제된 것은 기업인수자의 법률자문로펌의 변호사가 대상기업의 증권을 거래한 경우로 그 변호사의 거래는 고객의 이익을 침해함으로써 자신을 고용한 로펌의 신뢰를 해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안에서는 P사, M사, I사 어느 쪽의 이익도 침해되지 않았는데 X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사안에서 X와 M사 사이에는 X가 M사에 “관한” 미공개정보를 다른 공개회사의 증권거래에 이용하는 것도 금한다는 약정이 체결되어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사안에서 X가 알게 된 M에 관한 정보는 P사가 M사를 인수할 것 같다는 정보였다. X는 P사의 인수를 투기적 투자자들이 동종 업계의 다른 회사들도 인수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고 투기적 거래를 하였다. 저자는 그런 거래까지 내부자거래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M사가 내부자거래의 대상에 속하는 증권으로 다른 공개회사가 발행한 증권도 포함시킨 것은 종업원이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주요 거래처의 증권을 거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을 것으로 본다. 저자는 내부자거래를 이 사안의 거래 같은 경우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대법원이 오래전에 배척한 대등한 접근이론을 부활시키는 방향으로 크게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한다.

[추기 2024.1.30] 위 사건은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으나 2022년 미국연방지방법원은 SEC의 손을 들어주었다. United States District Court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 SEC v. Panuwat, No. 21-6322-WHO (N.D. Cal. Jan. 14, 2022) (각하신청을 기각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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