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른 금융시장 인프라의 개혁동향에 관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David A. Wishnick, Reengineering Financial Market Infrastructure, 105 Minn. L. Rev. 2379(2021).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논문은 SSRN에 올라와 있지 않으므로 관심 있는 독자는 HeinOnline등을 통해서 구해야할 것이다. 저자는 Yale 로스쿨 출신으로 현재 Georgetown 로스쿨에서 금융규제와 계약법을 담당하고 있는 젊은 교수이다. 기술발전이 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주요 학술지에 속속 발표하고 있는데 이 논문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논문에서는 규제당국이 주도적으로 금융시장 인프라의 개혁에 나서는 시도에 대해서 초점을 맞춘다. 그 대표적 예로 저자가 든 것은 SEC가 NYSE, NASDAQ 등의 거래조직에 명하여 구축하도록 한 CAT(Consolidated Audit Trail)라는 대규모 시장감독시스템이다. 이러한 규제당국의 인프라 개혁 작업은 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성공사례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에 있었던 중앙청산기구의 창설을 가져온 파생상품시장 인프라 개혁을 들 수 있다. 이 논문의 목적은 기존 사례를 토대로 (SEC, Fed, CFTC 등 세 곳의) 규제기관이 이러한 금융인프라 개혁을 시도하는 이유와 방법론을 검토하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규제당국은 이런 개혁을 통해서 학자들이 “건축적 규제”(architectural regulation)라고 부르는 독특한 방식의 규제를 금융규제에서도 시도한다는 것이다. 건축적 규제란 속도방지턱이나 자동잠금장치 등의 “삶의 구조”(structures of social life)를 통해서 행동을 통제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금융규제학자들은 이런 아이디어를 컴플라이언스와 위험관리 소프트웨어와 관련하여 적용한 바 있다. 저자는 보다 구체적 논의를 위해서 과거에 있었던 3개의 사례를 소개한다: ➀60년대말 증권도난방지를 위한 시장인프라로서 DTC의 창설; ➁결제를 담당하는 CLS Bank 설립; ➂신용파생상품시장의 데이터표준화.
저자는 이런 규제기관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이런 개혁작업의 상대적인 장단점을 밝힌다. ➀저자는 인프라개혁이 규제비용을 감소시키고 규제에서의 재량을 제거하는 등의 효과를 강조한다. ➁저자는 규제당국이 어떤 경우에 개혁작업에 업계의 참여를 조정하고 어떤 경우에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한다. ➂저자는 규제당국이 개혁작업이 위험집중의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비롯하여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검토한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저자는 현재 존재하는 인프라개혁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평가한다. 특히 SEC가 T+1프로젝트와 CAT과 관련해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규제당국이 위기예방활동에 필요한 시장정보의 범위와 품질을 증진하기 위해서 어떻게 공조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검토한다.
이제껏 금융분야에서 신기술도입은 민간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통념이었다. 이 논문은 규제당국이 금융시장인프라의 재구성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밝힘으로써 규제당국도 금융기술의 진화과정에서 단순한 추종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또한 이 논문은 금융분야에서 정부와 민간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으며 금융규제도 정부와 민간의 협동을 요하는 작업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끝으로 국내독자의 관점에서 한마디. 이 논문은 기술발전으로 인한 금융시장 인프라 개혁에서의 규제기관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의 견해는 신선하기는 하지만 우리 현실과 조금 거리가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미국의 자본시장 인프라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담고 있는 점이 더 유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